< 하염없이 기다리는 환자들 >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현장 의료진과 환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스1
< 하염없이 기다리는 환자들 >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현장 의료진과 환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늘리는 의대 정원(2000명)의 80%(1600명)를 지방 의대에 집중 배치하는 것은 이번에 지역 의료 인재를 키울 기반을 지방에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서울 ‘빅5’ 병원 쏠림으로 지역 의료 인프라가 황폐화하고 있는 만큼 서울 소재 대학은 증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수도권에 배정되는 20%(400명) 중에서 상당수가 경기·인천의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에 배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대 의대 정원 1600명 늘린다

지방 '미니 의대' 12곳 최대 수혜…의료 불균형 해소
정부는 15일 전국 40개 의대 증원 배정을 논의할 배정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 배정위는 교육부·보건복지부 담당자와 의료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늘어나는 의대 정원이 어디에 배정되느냐다. 정부는 2000명 중 1600명을 지방대 의대에 배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증원 발표 초기부터 ‘비(非)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혀온 정부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증원 인원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되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대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거점국립대와 정원이 50명 이하인 미니 의대의 증원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대(125명) 전북대(142명) 부산대(125명) 경북대(110명) 충남대(110명) 충북대(49명) 의대 정원이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고려대(106명) 의대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의대 증원 반대 분위기 탓에 10~15명씩만 요청했다. 정부 역시 서울 소재 의대에는 그 이상 배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한 지방거점국립대 총장은 “정부 방침에 적극 찬성한다”며 “의대 증원과 함께 전공의 인원도 지역거점대에 비례적으로 증가시켜줘야 의료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49명) 아주대(40명) 차의과대(40명) 성균관대(40명) 가천대(40명) 등 수도권의 미니 의대 다섯 곳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 관계자는 “미니 의대의 증원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400명 중 상당수는 수도권 의대로 배치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지역인재 늘려 지방의료 강화

정부가 증원 인원의 대부분을 지방에 투입하는 것은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육성 단계부터 확보하기 위해서다. 서울 등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 와서 취업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의대별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인재가 서울에 오지 않고 지역에서 클 수 있게 하려는 전략이다. 복지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기존 4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교 전 과정을 이수한 학생만 지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지난해 입시에서 비수도권 의대들은 정원의 49.7%를 지역인재전형에 배정했다.

대학별 증원 인원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 확정될 전망이다. 정부안이 정해지면 대학들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받은 뒤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는 9월 시작되는 2025학년도 수시 모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