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빠르게 피더니 이른 봄비에 후드득 지던 너. 남원에서 짧고도 아름다운 사랑비를 맞았다

왜 한 사람만 사랑하죠? 서도역에서 애기씨를 기다리던 그

“오지 마. 오지 마.” 구동매가 애기씨를 기다리던 기차역에는 비를 머금은 봄바람에 벚꽃이 후드득 날리고 있다. 초록 잎이 돋아난 대지 위에는 쓸모를 잃은 선로가 곡선을 그리고, 오늘도 누굴 기다리는 듯 진한 갈색빛을 머금은 역사가 말끔한 모습으로 서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사진=이효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사진=이효태
남원 시내에서 북쪽으로 14km 정도 달리면 옛 서도역이 나타난다. 방송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명장면도 이곳에서 다시 피어난다. 구한말, 위태로운 조국을 지키고자 생을 걸었던 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빛나는 스토리에 아름다운 영상미로 매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8화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서도역에서 구동매(유연석 분)는 오지 않길 바라던 고애신(김태리 분)을 맞닥뜨리고 고백하지 않은 마음까지 들키고 만다. 가는 길이 다르고, 품은 이가 다른 둘의 만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될 걸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럴 때면 사람이 진정 줄 수 있는 마음은 단 하나뿐이라는 확신이 든다.
봄날의 서도역 아름드리 벚나무가 운치를 더한다./사진=이효태
봄날의 서도역 아름드리 벚나무가 운치를 더한다./사진=이효태
한편 서도역은 최명희 작가가 혼신의 힘으로 써내려간 대하소설 <혼불> 도입부의 배경이자,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기도 하다. ‘매안마을 끝 아랫몰에 이르러, 치마폭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논을 가르며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점잖은 밥 한 상 천천히 다 먹을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 소설의 주인공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 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이며 강모가 전주로 학교 다니면서 이용하던 장소’가 서도역인 것이다.

서도역은 1934년 10월 1일 역원배치 간이역으로 운수영업을 시작하여 1937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 2002년 전라선 철도이설로 신역사를 준공, 이전하면서 옛 서도역을 일제강점기 준공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구서도역영상촬영장’으로 재탄생한 옛 서도역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 드라마와 영화 속에 아름다운 배경으로 사랑받고 있다. 누군가 오래 간직할 그 시간 속에서 말이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건, 네가 너라서

봄이 왔고 꽃이 피니 사람들의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600년 전 지어진 광한루를 바라보며 옛사람들도 이리 들떴을까. ‘광한’은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궁전을 뜻하고, 호수의 물결은 은하수를 상징한다.
오작교에서 바라본 광한루./사진=이효태
오작교에서 바라본 광한루./사진=이효태
은하수 위에 놓인 오작교를 건너 지상에서 천상으로 향한다. 그 모양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항아가 사는 궁전이라 했을까. 오작교에 서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연인들 뒤로 광한루는 늠름하기만 하다.
야경으로 더없이 아름다운 광한루원./사진=이효태
야경으로 더없이 아름다운 광한루원./사진=이효태
낮부터 예고되었던 봄비가 내리고, 한낮의 소란스러움이 걷힌 광한루원은 이제야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듯하다. 광한루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동서에 방장섬, 봉래섬이 자리한다./사진=이효태
동서에 방장섬, 봉래섬이 자리한다./사진=이효태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가 남원에 유배를 오며 1419년 ‘광통루’라는 누각을 지은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이후 전라도 관찰자 정인지에 의해 ‘광한루’라 이름하고, 1582년 전라도 관찰자 정철이 연못 가운데 봉래·방장·영주섬을 만들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