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치자"며 반박댓글 달았는데 검찰서 '명예훼손 유죄' 판단
응원댓글 일부만 떼어서 '명예훼손' 기소유예…헌재서 취소
누리꾼이 인터넷에 남긴 응원 취지의 댓글을 일부만 떼어서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고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이 신모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신씨는 2016년 8월 전직 리듬체조 선수 A씨에 대한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러시아 코치진의 힘을 이용해 실력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신씨는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 A라고 치자…"라며 댓글을 달았다.

뒤에 이어진 내용은 성적 조작이 아니라는 취지로 A씨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22년 6월 댓글 364건을 무더기로 고소했는데 여기에는 신씨가 단 댓글도 포함됐다.

경찰은 신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신씨는 "댓글을 다시 한번 봐달라. 그 짧은 글이 어떻게 A가 성적 수혜를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납득이 가게 이유를 제시해달라"며 이의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작년 3월 추가 수사 없이 신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신씨는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 소원을 내면서 자신이 썼던 댓글 전문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헌재는 "현저한 수사미진 및 중대한 법리 오해의 잘못에 터 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뉴스 기사의 댓글들을 통해 고소인(A씨)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논쟁적으로 이뤄지던 상황에서 청구인(신씨)은 고소인이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고소인을 응원하는 맥락에서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라는 표현을 일부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청구인에게는 고소인을 비방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