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알디 슈퍼마켓 전경.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알디 슈퍼마켓 전경. /사진=AP연합뉴스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간 인수·합병(M&A)이 당국 반독점 규제에 막혀 발목이 잡힌 가운데 소규모로 운영되는 유럽 출신 알디가 이를 틈타 미국에서 대대적인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최저가로 무장한 알디의 진격은 전통적인 식료품 업체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7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알디는 이날 90억달러를 투입해 5년 이내에 미국 전역에 800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디는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들이 어느 때보다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 가능한 한 최저가로 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값 상승으로 가격 압박을 받고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가운데 물건을 가장 싸게 파는 것으로 유명한 알디가 이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신규 매장의 구체적 위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동부와 중서부에서 기존 입지를 강화하고 남부 캘리포니아 피닉스 및 라스베가스와 같은 새로운 도시에서 서부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디는 지난해 미국 남부에서 마켓 체인 두 곳(윈딕시, 하비스)을 인수했는데, 800개의 신규 매장 중 일부는 이곳을 리모델링해서 재개장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약 50개 점포가 알디 매장으로 전환되고 2025년에는 대부분 매장이 알디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글로벌데이터 리테일 소매업 분석가이자 전무이사인 닐 손더스는 알리의 확장에 대해 “전통적 식료품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며 “다른 소매업체들에게 상당한 혼란과 고통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디의 성장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환영할 만 한 일이지만 식료품 시장의 경쟁 압력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디는 초저가 사업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기존 슈퍼마켓보다 최대 반값으로 싸게 판매한다. 알디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90% 이상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매장 면적은 약 1만2000평방피트로 미국의 일반적인 슈퍼마켓인 4만평방피트보다 훨씬 작다. 취급하는 상품수도 적지만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웬만한 상품은 거의 다 있고, 인건비 임차료 재고 비용 등을 절감하는데 효과적이다.

알디는 1976년 미국에 처음 상륙했다. 최근 몇년간 5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수백개의 신규 매장을 열고 급성장했다. 현재 알디의 미국 내 매장 수는 3000개에 육박한다. 그러나 경쟁사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크로거의 앨버튼 인수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제동을 건 상태지만 만약 합병이 승인되면 크로거는 4500개 매장을 갖게된다. 또한 월마트도 거의 5000개 매장을 갖고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