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건설회사 ‘빅5’ 가운데 하나인 다이세이건설의 합계출산율은 일본 전체 평균(2021년 1.33명)의 두 배에 가까운 2.5명 수준이다. 이 회사에서 둘째와 셋째 아이를 가진 여직원 비율은 2013~2021년 사이 각각 두 배 뛰었다.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의 2021년 출산율은 1.97명으로 10년 동안 세 배 뛰었다.

한국의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것과 달리 일본 출산율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다이세이건설과 이토추상사처럼 ‘출산율의 기적’을 이끄는 주요 기업이 국가 출산율 추락을 막고 있다는 평가다.

다이세이건설과 이토추상사는 일찌감치 ‘일하는 방식’을 개혁했다. 다이세이건설은 2006년, 이토추상사는 2010년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두 회사 모두 여성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여건을 바꿨다. 다이세이건설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자 직원도 육아휴직을 100%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토추상사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아침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에 일하면 심야 근무와 동일하게 추가 근무수당을 지급했다.

두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나선 것은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 때문이다. 출산율의 기적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얻은 의외의 성과였다. 당초 계획한 우수 여성 인재도 확보했다. 2005년 회사에 거의 없던 여성 기술자가 지난해 말 전체 인원의 11%(873명)로 늘었다. 여성 임원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1.1%까지 올라갔다.

시오이리 데쓰야 다이세이건설 인사부장은 “우수한 여성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근무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자 생산성과 출산율이 함께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