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차기 CTO로 내정했다.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60억원대의 수익을 냈던 인물이다.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안착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4일 카카오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최근 사내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 전 CTO를 카카오의 차기 CTO로 내정했다고 알렸다. 정 전 CTO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지 3거래일 만인 2021년 8월 10일 보유주식 11만7234주 중 10만6000주를 매도해 66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던 인물이다. 이 일은 카카오가 한동안 계열사 경영진의 ‘먹튀’ 논란에 시달리는 단초가 됐다. 그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이 9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일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이달 말로 예정된 선임 절차에 앞서 주기적으로 사내 임직원들과 ‘오픈톡’ 형태로 사내 조직 개편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개편도 사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방향에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경쟁력을 재확보하는 차원에서 조직 개편을 하고 있다. 카카오의 복잡한 서비스들에 대해 전반적인 기술 이해도를 갖추면서 제1금융권 수준의 기술안전성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정 내정자가 카카오의 CTO로서 최적이라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 내정자는 카카오뱅크 출범 시기부터 함께 해왔던 인사”라며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카카오에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인터넷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인사는 카카오가 그간 중시해왔던 윤리경영 체계 마련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가 기술력을 우선해 CTO를 내정했지만 정 내정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거두는 과정은 윤리적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준법 경영을 준수하기 위해 외부 감독 기구로 마련한 준법과신뢰위원회도 기업공개(IPO) 시 주주 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카카오에 권고한 상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