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을 주고 기업을 인수한 뒤 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 장부상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회계 처리가 이뤄진다. 우선 영업권 상각이다. 영업권은 공장, 건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과 다르게 평가가 쉽지 않은 무형자산이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손상되지 않는다면 굳이 상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객이 이탈하거나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어 영업에 타격이 있다면 상각해야 한다. 신차를 구매한 뒤 중고차가 되면 감가상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을 PPA(purchase price allocation)라고 한다.

3.4조에 인수한 G마켓…이마트 첫 적자 원인
PPA로 상각하면 영업이익에서 차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마트가 PPA 방식으로 G마켓과 스타벅스코리아 영업권을 대규모로 상각하면서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누스 영업권 상각을 PPA로 반영했다.

공정가치 평가손실로 회계 처리할 수도 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상각을 이 방식으로 처리했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지분 투자에 따른 평가손실을 작년 4분기 117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영업외손익에 반영됐고, 영업이익이 아니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48%가량 감소한 것은 투자손실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GS리테일은 투자를 많이 하고, 또 투자 실패도 적지 않아 이런 평가손실을 자주 반영하는 기업 중 하나다. 요기요 외에 텐바이텐 등 다른 투자 손실까지 합하면 영업외손실이 작년 4분기에만 1900억원을 웃돌았다.

롯데쇼핑이 2021년 투자한 한샘도 비슷하게 처리됐다. 롯데쇼핑이 한샘에 최초 투자한 금액은 2595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추가로 430억원의 한샘 자사주를 사들여 총투자액이 3000억원을 넘겼다. 롯데쇼핑은 작년 4분기에 531억원의 주식 손상차손을 반영했는데, 대부분이 한샘 투자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이 2조원에 육박했으나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다. 가구와 인테리어 사업은 건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난해 건설 경기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