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군 820항공대대 소속 한 헬기가 항공모함 ‘HMS 프린스오브웨일스’호 상공을 날며 플레어(기만용 발사체)를 발사하는 장면이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프린스오브웨일스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연례 군사훈련 ‘스테드패스트 디펜더 2024’에 참가했다.
최근 유럽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2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고스티니드보르에서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에 새롭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놓은 경고다.그는 “우리나라 영토에 파병한 자들의 운명을 기억한다. 이번에 개입하는 사람들의 결과는 더욱 비극적일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영토를 타격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전 세계를 겁주는 이 모든 주장은 실제 핵무기 사용과 그에 따른 문명 파괴를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선 “잠꼬대”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가 완전한 준비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과 수중 핵무기 포세이돈 등 차세대 핵무기 시험이 완료 단계에 있다”며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은 실제 운용되고 있으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곧 전투 임무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미국 측 주장엔 “근거 없는 거짓”이라고 부인하며 “서방이 러시아를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해선 “우리의 ‘특별군사작전’에서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 자신 있게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이 “미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유럽 국가 간 단결을 촉구했다. 서방국들의 제재로 동결된 3000억유로(약 434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횡재이익’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장비를 공동 구매하는 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보다 그 돈을 잘 쓰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로 다음 날 나온 발언이다. 미국, 영국 등은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지만, EU 국가들은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해 망설여 왔다.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어차피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선거 결과나 결정은 통제 밖에 있다”며 “동맹국들의 지원이 있건 없건 러시아가 승리함으로써 초래되는 ‘불안 비용’은 우리가 바로 지금 아낄 수 있는 돈보다 크며, 이것이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을 국방비로 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대해선 집단방위에 나서지 않겠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1억달러가 포함된 950억달러(약 127조원) 규모 패키지 예산안도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은 평화가 영원할 거란 환상 속에서 살아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화 배당금’(군비를 축소해 경제 발전이나 복지에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악용했다”며 “그 결과 세계는 더욱 위험해졌다. 우리는 자유와 번영을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그는 “전쟁의 위협은 임박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전쟁 채비도 촉구했다.EU는 그간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무기 조달 자금으로 활용한 전례가 없다. 규정상 연구·혁신 외 군사·안보적 목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어서다. 회원국들은 발이 묶인 러시아 자산의 사용 여부나 용처에 대해선 합의하지 않았고,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예산으로 보관해두는 데까지만 공감대가 형성됐다. EU 집행위는 2주 내로 이에 대한 공식 제안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실행을 위해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다만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두고 EU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이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상군 파견’ 가능성을 열어놓자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하면 된다”고 맞섰다. 파병을 단행할 경우 러시아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규모가 유럽 최대 수준인 독일은 프랑스가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밖에 EU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도 역외 국가에서의 탄약 구매안을 두고 프랑스 등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G20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제안과 관련, “법적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도 “러시아의 자산을 압류할 법적 근거는 없다. 국제법과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에는 현재 1910억유로(약 277조원)어치의 러시아 자산이 유가증권 형태로 묶여 있다. 유로클리어는 만기가 도래한 자산을 재투자해 연간 30억유로(약 4조3449억원)의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EU는 이자, 배당금 등 동결 자산에서 나온 초과 수익은 재건용 예산으로 활용하자는 데 이미 합의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200년간 중립을 유지해온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2번째 회원국이 된다. NATO의 동진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서방 진영 확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NATO 일부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CNN 등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26일(현지시간) 찬성 188표 대 반대 6표로 스웨덴이 NATO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안을 가결했다. 6석을 보유한 극우 성향 우리조국당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정식 가입은 이르면 다음달 1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스웨덴은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스웨덴의 NATO 가입은 2022년 5월 신청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스웨덴과 함께 가입 신청서를 낸 핀란드는 지난해 4월 31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두 나라가 가입함에 따라 NATO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동유럽 회원국들을 받아들인 이후 최대 규모로 커졌다. 무엇보다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발트해 중앙에 있는 스웨덴 고틀란드섬은 러시아로부터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을 보호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꼽힌다. 발트해 연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등은 석유·가스와 같은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수출 거점이기도 하다.스웨덴이 200년 넘게 유지해온 비동맹·군사중립 노선을 전환한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컸다. NATO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안보 동맹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조성됐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서방 세계 분열을 의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스웨덴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스웨덴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15차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패키지 규모는 지원 개시 이후 최대인 6억9000만달러(약 9190억원)에 이른다. 뉴욕타임스(NYT)는 “NATO를 러시아 국경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침공 명분 중 하나가 무력화됐다”며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 세력 균형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일부 회원국, 우크라 파병 검토NATO 회원국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서방이 무기와 물자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는데 전투원을 보내면 NATO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자국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자국 군대를 보내고 싶어 하는 NATO 및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양자 협정이 곧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인사로 평가되는 피초 총리는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회의에서 파병 논의가 이뤄졌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회의에서 NATO 국가들이 파병에 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냈으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유럽 각국 지도자와 북미 장관급 인사 약 20명이 참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27일 “우크라이나에 NATO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파병 시 러시아와 NATO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파병은 (서방 국가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장서우/김인엽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