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지 모아달라는데…전공의 복귀시한 앞두고 의료계 '사분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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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유일 법정단체"·교수단체 "우리가 대표"·전공의 "누구 맘대로"
전공의 내부서도 "타협 없다" vs "복귀해야" 목소리 갈려
정부-전공의 중재할 '협상 주체' 찾기 힘들어 29일 전공의 복귀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의료계에 '중지'를 모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대학 교수들 모두 각각 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할 주체는 좀처럼 찾기 힘들어 보인다.
◇ 의협 '막말' 논란 등에 대통령실 "대표성 갖기 어렵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협상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대표성이 있는 기구나 구성원과 논의해야 하는데, 각자 접촉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부가 이처럼 의협을 '저격'하고 나선 것은 의협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나 평판이 하락한 그동안의 사정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최선봉에 서면서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탄압받는 의사 늘어나면 모든 의사가 의사되기 포기할 것", "데이트(회의)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대 증원)해도 되느냐" 등이 대표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도 높은 발언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며 의협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구나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집단행동의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전공의를 앞세운 채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았다.
◇ 전면에 나선 대학 교수들…'목소리 결집할' 주체 찾기 힘들어
개원의 중심의 의협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자 전면에 나선 것은 대학 교수들이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여러 의대 교수들은 의협보다는 '전공의 동료이자 선생'으로서 교수들이 더 큰 협상 대표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 전 비대위원장은 26일 전공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생들 대부분 대학병원 소속으로, 그들을 지도하는 것은 의협이 아니라 대학교수들"이라고 교수들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협상이나 타협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오직 "투쟁"만을 외치는 의협의 전략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힘을 가기 위해서는 뜻을 모아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행 교수마저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의대 목소리를 결집할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전날 회동에서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 주관의 수요조사 당시 2천명 이상의 증원이 가능하다고 했던 의대 학장들이 이처럼 말을 바꾸면서 그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의대협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 전공위 내부서도 목소리 엇갈려…'파국' 막을 협상자 보이지 않아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세대로서 '선배'들이 아닌 자신들이 대화의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옥하다 전 가톨링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기성 선배님들의 대표기구인 '의협'과 '교수 비대위'는 저와 동료 전공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미래는 저희가 결정하게 해달라"며 자신들을 제외한 '밀실 협상'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전남대병원의 한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발한다면 순리대로 조사받겠지만, 업무 인수인계를 다 하고 사직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강경론'과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 운영자는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하여 낙인찍고 있으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전공의 내부에서도 '온건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강경론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결국 전공의 내부의 갈라진 의견은 의료계 전체의 사분오열을 더해 주는 요인인 셈이다.
이처럼 의료계가 '중지'를 모으지 못하면서 29일 복귀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와 극적인 타협을 이뤄 파국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전공의 내부서도 "타협 없다" vs "복귀해야" 목소리 갈려
정부-전공의 중재할 '협상 주체' 찾기 힘들어 29일 전공의 복귀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의료계에 '중지'를 모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대학 교수들 모두 각각 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할 주체는 좀처럼 찾기 힘들어 보인다.
◇ 의협 '막말' 논란 등에 대통령실 "대표성 갖기 어렵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협상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대표성이 있는 기구나 구성원과 논의해야 하는데, 각자 접촉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부가 이처럼 의협을 '저격'하고 나선 것은 의협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나 평판이 하락한 그동안의 사정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최선봉에 서면서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탄압받는 의사 늘어나면 모든 의사가 의사되기 포기할 것", "데이트(회의)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대 증원)해도 되느냐" 등이 대표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도 높은 발언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며 의협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구나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집단행동의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전공의를 앞세운 채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았다.
◇ 전면에 나선 대학 교수들…'목소리 결집할' 주체 찾기 힘들어
개원의 중심의 의협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자 전면에 나선 것은 대학 교수들이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여러 의대 교수들은 의협보다는 '전공의 동료이자 선생'으로서 교수들이 더 큰 협상 대표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 전 비대위원장은 26일 전공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생들 대부분 대학병원 소속으로, 그들을 지도하는 것은 의협이 아니라 대학교수들"이라고 교수들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협상이나 타협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오직 "투쟁"만을 외치는 의협의 전략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힘을 가기 위해서는 뜻을 모아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행 교수마저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의대 목소리를 결집할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전날 회동에서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 주관의 수요조사 당시 2천명 이상의 증원이 가능하다고 했던 의대 학장들이 이처럼 말을 바꾸면서 그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의대협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 전공위 내부서도 목소리 엇갈려…'파국' 막을 협상자 보이지 않아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세대로서 '선배'들이 아닌 자신들이 대화의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옥하다 전 가톨링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기성 선배님들의 대표기구인 '의협'과 '교수 비대위'는 저와 동료 전공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미래는 저희가 결정하게 해달라"며 자신들을 제외한 '밀실 협상'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전남대병원의 한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발한다면 순리대로 조사받겠지만, 업무 인수인계를 다 하고 사직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강경론'과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 운영자는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하여 낙인찍고 있으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전공의 내부에서도 '온건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강경론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결국 전공의 내부의 갈라진 의견은 의료계 전체의 사분오열을 더해 주는 요인인 셈이다.
이처럼 의료계가 '중지'를 모으지 못하면서 29일 복귀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와 극적인 타협을 이뤄 파국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