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협 집행부 수사 착수…대부분 전공의는 아직 '관망세'
남은 의료진 피로 누적…"사직 아니라 순직하겠다", "더 버티기 힘들어"
'파국' 향하는데 중재·대화 안 보여…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없어"
'D-1'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명령…일부 전공의 복귀 조짐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까지 하루가 남은 가운데, 전공의 단체 집행부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자택에 찾아가 복귀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한 가운데, 경찰은 전날 보건복지부가 고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집행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공의 복귀 시한이 임박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집단행동이 9일째 이어지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는 쌓여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순직하겠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탄식과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D-1'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명령…일부 전공의 복귀 조짐
◇ 전공의 대표 '자택' 찾아가 복귀명령…의협 집행부 수사 시작
정부는 이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동안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올 것을 명령했으나, 마지막으로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함으로써 사법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들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중심으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당국 고발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복귀 마지노선 제시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진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지만, 사법처리가 임박한 만큼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이달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복지부가 고발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은 이날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전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5명과 인터넷에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경찰은 사건을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주동자는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D-1'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명령…일부 전공의 복귀 조짐
◇ 건대병원 전공의 12명 현장 복귀…대다수는 아직 '관망세'
전공의들과 정부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료를 중단했던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전공의 수는 2022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집계 기준 인턴 29명, 레지던트 169명 등 총 198명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료 현장의 혼란 상황을 고려해 "일단 복귀 후 대응하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개설되기도 했다.

이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대부분의 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체감하기 힘든 분위기이다.

대다수 전공의는 복귀 마지노선인 29일까지 '눈치'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교수는 "진료과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특별히 바뀐 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이 돼서야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복귀할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D-1'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명령…일부 전공의 복귀 조짐
◇ 남은 의료인들은 "탈진" 상태…'의협 대표성' 놓고 갑론을박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병원에 남은 의사 등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다.

제때 진료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기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304건이나 된다.

하루 사이 26건이 늘었는데, 수술 지연이 2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본부는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련의·전공의 업무까지 떠맡은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과중한 업무와 언제 의료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전날 전남대병원의 응급의학과 한 의사는 "(정부는)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달라"며 "총(강경책)이든 펜(협상)이든 얼른 꺼내야지,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의료 현장이 '파국'을 맞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사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이며,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는 이날 "전공의와 교수단체를 포함한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며 전공의들의 기존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성명을 냈다.

'D-1'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명령…일부 전공의 복귀 조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