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계약종료로 공백 더 커져…의료진 "빨리 끝내달라"
"순직하게 생겼다" 광주·전남 3차병원 잔류 의료진 비상
정부가 이탈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못 박은 2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전남 상급종합(3차)병원에서 전공의 복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 계약이 종료되는 전임의 상당수가 병원을 떠날 예정이어서 다음 달부터는 병원 운영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28일 전남대·조선대병원에 따르면 각각 7명의 이탈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온 것 이외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없다.

지난주까지 업무 개시 명령을 받은 전남대병원 전공의는 119명으로 이 중 7명이 복귀했지만 112명은 이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대병원도 이탈 전공의 113명 중 7명만 복귀해, 정부의 복귀시한(29일) 공표 이후에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병원에 돌아온 전공의도 대부분은 기존 잔류 의료진이 중증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벌어지자 복귀했거나, 개인적 사유로 때문으로 알려졌다.

병원 운영은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펠로우)들이 근무계약 기간 만료로 병원을 떠나야 하는 3월부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대병원은 2월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전임의 19명 중 15명이 병원을 떠나기로 했고, 퇴직 전임의를 메울 신규 전임의(레지던트 4년 차) 14명 중 12명은 신규 펠로우 입사를 포기했다.

전남대병원도 29일까지 신규 전임의 52명의 채용 계약을 해야 하지만,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이가 많아 병원이 막바지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두 병원의 신입 인턴 대부분도 임용을 포기했다.

"순직하게 생겼다" 광주·전남 3차병원 잔류 의료진 비상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임의도 절반가량 병원을 떠나면, 현재 겨우 유지하는 병원 진료 체계의 추가 축소가 불가피하다.

교수 등은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겠지만, 궂은 역할을 도맡아 했던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없어 병원 운영은 매우 어려워진다.

정부는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들 맡게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는 대책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일선 병원에서는 의사 고유 의료행위에 간호사들이 투입됐고, 정부 보장을 전제로 간호사들도 비상 상황을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겠지만 그 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3차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필수진료를 제외하고 현재 유지하는 진료와 수술을 더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날 전남대병원의 응급의학과 한 의사는 "(정부는)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달라"며 "총(강경책)이든 펜(협상)이든 얼른 꺼내야지,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