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7일 오후 4시 2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의 SK마이크로웍스와 손잡고 산업용 필름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 한국에서 필름사업을 양분해온 두 기업이 저가 중국산 제품이 잠식하는 글로벌 필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날 SK마이크로웍스와 산업용 필름 부문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마이크로웍스는 한앤코가 2022년 SKC의 필름사업부문을 1조5959억원에 인수해 세운 회사다. 양측은 주력 사업 중 산업용 필름 등 일부 사업을 각각 신설법인에 출자하는 것을 조율 중이다.

신설법인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경영권은 SK마이크로웍스가 보유한다. SK마이크로웍스는 산업·광학·포장용 산업 필름시장에서 생산량 기준 세계 4위 업체다. 2021년 매출 1조1319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합작사 설립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급격히 진전됐다. 산업용 필름 부문의 규모를 키우려는 한앤코 측과 실적 악화를 겪어온 필름·전자재료사업부의 재도약을 모색해온 코오롱인더 간 입장이 맞아떨어졌다. 코오롱인더는 필름·전자재료사업부를 통해 광학 및 산업용, 일반포장용 PET 필름과 나일론 필름, 감광성 필름 등을 생산한다. 수익성은 좋지 않다. 2022년 연간 71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619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산업용 필름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방산업인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부진으로 광학용 필름 수요가 줄었고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장기 불황에 들어섰다. SKC와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필름사업을 팔고 신사업을 키우는 효율화 작업에 나서는 추세다.

한앤코는 국내에서 코오롱인더와 출혈경쟁을 벌이는 대신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측은 합작법인을 통해 친환경 소재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