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왕' 오윤덕 "서울대 졸업생, 선한 휴머니스트 돼달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대 학위수여식 축사…"우리 사회, 실패 보듬는 문화 미약" '공동선' 당부
유홍림 총장 "정진하고 품격 키우라"…동창회장 "졸업장 만능티켓 아닌 질문지" "우리가 역경을 겪고 있을지라도 서로에게 조력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모두가 승자의 기쁨을 공유하는 선한 휴머니스트들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법조계 봉사왕'으로 불리는 오윤덕(82) 사랑샘재단 이사장이 26일 모교인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61학번인 오 이사장은 1965년 졸업해 1971년 사법시험(13회)에 합격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사시에 낙방하는 경험도 가졌다.
사법연수원(3기) 수료 후 대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1994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2003년 신림동 '고시촌'에 제도권 밖 청년들을 위한 쉼터 '사랑샘'을 만들어 사회 공헌과 법률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왔다.
오 이사장은 "타인에 대한 연민 때문에 벌인 (봉사) 행위가 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봉사의 은총"이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돕고 살라는 공익적 활동과 '공동선'의 추구를 졸업생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졸업하던 날 사시 공부는커녕 취업시험 준비도 안 돼 있어 초조한 마음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수험 서적을 싸서 산사로 들어갔던 일을 회고했다.
오 이사장은 여러 차례 시험에 낙방하며 '고시 낭인' 신세가 됐으나 천신만고 끝에 합격한 후 30∼40대를 판사로 재직하며 보낸 뒤 50대에는 변호사로 전직했다.
오 이사장은 "5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런 탈출이 제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선한 인연들의 도움의 덕이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날 제 초상을 닮은 청년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며 고시생, '변시 오탈자' 등 제도권 밖 고학력 청년들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로스쿨 도입 후 법조계 입문의 관문인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횟수는 5회로 제한됐는데, 시험 불합격 등의 사유로 이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이를 '변시 오탈자'라고 한다.
오 이사장은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 아래에서 고학력 청년들은 부조의 대상으로조차 잡히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는 성공에는 박수를 칠망정 실패를 보듬는 문화가 지극히 미약하다"고 우려하면서 '패자부활'에 관대한 사회 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달라"며 "인향만리(人香萬里·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의 품격을 끊임없이 키워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섭 총동창회장은 "겸손을 잊고 독단과 오만에 빠지는 사람이 서울대인이라면 남들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며 "서울대 졸업장은 성공한 삶으로 가는 만능 티켓이 아니라, 이제부터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천221명, 석사 1천798명, 박사 756명 등 총 4천764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합뉴스
유홍림 총장 "정진하고 품격 키우라"…동창회장 "졸업장 만능티켓 아닌 질문지" "우리가 역경을 겪고 있을지라도 서로에게 조력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모두가 승자의 기쁨을 공유하는 선한 휴머니스트들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법조계 봉사왕'으로 불리는 오윤덕(82) 사랑샘재단 이사장이 26일 모교인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61학번인 오 이사장은 1965년 졸업해 1971년 사법시험(13회)에 합격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사시에 낙방하는 경험도 가졌다.
사법연수원(3기) 수료 후 대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1994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2003년 신림동 '고시촌'에 제도권 밖 청년들을 위한 쉼터 '사랑샘'을 만들어 사회 공헌과 법률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왔다.
오 이사장은 "타인에 대한 연민 때문에 벌인 (봉사) 행위가 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봉사의 은총"이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돕고 살라는 공익적 활동과 '공동선'의 추구를 졸업생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졸업하던 날 사시 공부는커녕 취업시험 준비도 안 돼 있어 초조한 마음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수험 서적을 싸서 산사로 들어갔던 일을 회고했다.
오 이사장은 여러 차례 시험에 낙방하며 '고시 낭인' 신세가 됐으나 천신만고 끝에 합격한 후 30∼40대를 판사로 재직하며 보낸 뒤 50대에는 변호사로 전직했다.
오 이사장은 "5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런 탈출이 제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선한 인연들의 도움의 덕이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날 제 초상을 닮은 청년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며 고시생, '변시 오탈자' 등 제도권 밖 고학력 청년들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로스쿨 도입 후 법조계 입문의 관문인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횟수는 5회로 제한됐는데, 시험 불합격 등의 사유로 이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이를 '변시 오탈자'라고 한다.
오 이사장은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 아래에서 고학력 청년들은 부조의 대상으로조차 잡히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는 성공에는 박수를 칠망정 실패를 보듬는 문화가 지극히 미약하다"고 우려하면서 '패자부활'에 관대한 사회 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달라"며 "인향만리(人香萬里·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의 품격을 끊임없이 키워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섭 총동창회장은 "겸손을 잊고 독단과 오만에 빠지는 사람이 서울대인이라면 남들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며 "서울대 졸업장은 성공한 삶으로 가는 만능 티켓이 아니라, 이제부터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천221명, 석사 1천798명, 박사 756명 등 총 4천764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