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친환경·무공해·유기농' 멜로 영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의 화자라고 할 수 있는 엘리오는 뛰어난 지성과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나 관계에는 서툰 열일곱살 소년이다. 늘 이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엘리오의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올해 별장으로 초대받은 미국 교수 올리버가 자꾸만 엘리오의 눈에 들어온다.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엘리오는 지적일 뿐 아니라 훤칠하고 활달한 인기남, 올리버를 계속 관찰하면서 조금씩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감독은 올리버에 대한 엘리오의 마음이 깊어져 가는 과정을 천천히, 촘촘하게 묘사해 나간다. 처음에는 올리버의 미국적 자유분방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생겨나는 질투를 부정하려고도 해 보고, 반대로 질투심을 유발하려고도 해 보는 일련의 행동들에서 엘리오의 여리고 순수한 성격과 올리버를 향한 깊은 마음이 점차 선명해진다. 짝사랑이 연애로 발전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고백의 순간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동성끼리의 사랑이 지금보다 더 용인받기 어려웠던 시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엘리오는 엄마가 번역해준 ‘엡타메롱’의 한 단편을 듣고 고백을 결심한다. 젊고 잘생긴 기사와 공주는 서로 사모하는 사이였지만 공주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기사는 그들의 우정 때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기사는 공주에게 묻는다. “말하는 게 나을까요, 죽는 게 나을까요?”라고. 기사의 용기가 멋있다고 생각한 엘리오는 다음 날, 외출하는 올리버를 따라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말을 한다.(“I Wanted you to know it,”) 엘리오가 자신을 공주에게 고백해야 하는 초라한 기사로 느껴 올리버에게 먼저 마음을 내보인 것은 그가 사랑에 한층 성숙해졌음을 의미하는 한편,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겠다는 결심도 함께 나타낸다. 이는 같은 유태인으로서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정체성을 부정하는 대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이 밖에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수많은 언어적, 예술적 복선과 메타포르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두 사람의 연애담과 관계 없이 일어나는 듯 보이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사건들까지도 엘리오의 심리와 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여느 연인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서로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행위는 그들에게 가능한 가장 성숙하고 뜨거운 사랑의 표현으로, 곧 이 영화의 제목이 될 만큼 절절한 장면이다. 멜로드라마들이 그렇듯, 아니 현실에서 십대의 사랑이 대개 그렇듯 영화의 결말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그러나 엘리오의 사랑이 실패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는 그 나이에 사랑과 연애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자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롱테이크,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올리버와의 추억에 젖은 엘리오는 벽난로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엘리오가 아픈 만큼 티모시 샬라메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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