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반도체)을 실리콘밸리(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상지)에 돌려줍시다.”

‘반도체 패권 전쟁’의 미국 사령관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다. 이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 수준인 미국의 반도체 제조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화답했다. 행사장에서는 휘파람과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반도체를 사실상 ‘전략물자’로 삼은 모양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지원법’이든 뭐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27억달러(약 70조원) 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 기업 간 ‘밀어주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자체 개발 중인 AI 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물량은 인텔의 역대 최대 수주액인 50억달러로 추정된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국의 반도체 패권주의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AI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는 이날 “지난 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에 매출 221억달러, 영업이익 13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1위다. 젠슨 황 CEO는 “생성형 AI에 ‘티핑포인트’(튀어 오르는 시점)가 왔다”고 말했다.

새너제이=황정수 기자/최진석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