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유 차량으로 운수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위탁 업무를 한 지입차주는 위탁업체의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탁업체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외관상 개인사업자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A씨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2년 6월 운수업체 B사와 8t 화물차량을 지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위수탁관리운영계약을 맺고, 그 무렵부터 이 회사가 C사로부터 위탁받은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문서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C사 소속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 중 사고를 당했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원고는 위탁계약 및 지입계약을 매개로 C사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역비를 C사로부터 지급받은 것”이라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 재판부는 △상당한 지휘·감독 △5년에 이른 업무 기간 △회사가 파쇄 장비와 주유비를 제공한 점 △원고가 차량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 지위 여부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따지도록 정한다. 도급·위탁 계약이더라도 ‘상당한 지휘·감독’ 등이 인정되면 근로자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관상 개인사업자인 화물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 판례도 쌓이고 있다. 작년 10월엔 서울행정법원에서 혈액 검체 운송회사와 지입계약을 맺고 야간배송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화물차 지입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