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이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함께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하극상 논란'을 일으킨 축구선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32·토트넘)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논란이 진화 국면을 맞고 있다.

이강인이 영국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히며 21일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에 손흥민이 통 크게 사과를 받아주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이강인에게 '길'이 열렸다.

이강인에 대한 비난 일색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에는 진심이 묻어나는 사과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국 축구계를 뒤흔든 '탁구게이트'를 수습하는 데는 역시 에이스 손흥민의 역할이 컸다.

손흥민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강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가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다독였다.

사건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 0-2 참패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4일 터졌다.

외신에서 전한 충격적인 시합 전날 다툼은 국내 축구 팬들을 공분케 했다. 특히 나이가 9세 어린 이강인이 탁구를 치기 위해 주장 손흥민의 지시를 거부하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져 손흥민 손가락이 탈구됐다는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고, 이강인이 이에 반발해 주먹을 날렸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이강인은 논란이 커지자 "실망하셨을 분들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주먹을 날린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놨다. 이 또한 24시간 뒤 자동으로 삭제되는 형식의 사과문이라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하극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광고 시장에서 잇따라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이강인에게도 광고계 퇴출은 결정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통신사 KT는 광고 포스터를 내렸고, 프로모션을 조기 종료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치킨브랜드 '아라치 치킨' 역시 홈페이지에서 이강인 영상을 내렸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이 속한 프랑스 리그1을 중계하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이강인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홍보해왔지만 그의 아시안컵 이후 복귀전이었던 18일 낭트전에선 관련 사진이나 자막을 배치하지 않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탁구게이트'와 관련해 "(대표팀)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방안을 논의해야 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강인이 국가대표로 다시 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 상황.

손흥민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한 이강인은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적었다.

앞으로 '달라지겠다'라고도 다짐했다. 그는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고 썼다. 손흥민이 탈구 부상을 입은 다음날에도 짐짓 태평하게 탁구 3인방과 물병세우기 놀이를 하던 철없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팬들은 "손흥민이 대인배다", "이강인이 이번 기회를 빌어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정몽규는 언제 사과하느냐"라며 협회와 정 회장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비판도 잇따랐다.

선수들 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와중에도 정 회장은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상처를 후벼서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강 건너 불구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 18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 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 황보관 기술본부 본부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서민위는 이들이 국내 언론사도 아닌 영국의 대중지에서 보도된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갈등' 이례적으로 곧바로 인정했다며 "무능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결정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책임론과 위약금 지불에 관한 면피용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을 희석하려는 '물타기'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인발 갈등 봉합으로 이제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 측에 지불해야 할 100억에 육박하는 위약금 및 선임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의문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 회장은 절차대로 선임했다고 밝힌 반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농담삼아 '감독 구하냐'고 물었더니 정 회장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만나자고 연락해 왔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