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한국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수주 전략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 조선사는 연초부터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선박을 모두 수주한 데 비해 중국 조선사는 같은 기간 전 세계에 나온 메탄올 추진선 18척을 싹쓸이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아프리카 선사로부터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을 총 3228억원에 수주했다고 20일 공시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며 2027년 2월 선주에 인도할 예정이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암모니아를 둘 다 운반할 수 있는 선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 들어 암모니아 운반선을 총 13척 수주했다. 지난해까지 수주를 많이 하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같은 기간 2척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수주 트렌드가 올 들어 확 바뀐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삼성중공업 2척, 한화오션 2척 등 한국 조선사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VLAC 17척을 모두 쓸어 담았다.
韓 암모니아 선박 집중할 때…中 메탄올船 싹쓸이 왜?
메탄올과 암모니아 모두 LNG 이후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VLAC 수주에 집중하는 이유는 배 길이가 짧아서다. 길이가 280m로 긴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도크의 사이 공간에서 VLAC(길이 약 220m) 생산이 가능하다. LNG 운반선은 배관 작업이 많아 안벽(부두 시설)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지만, VLAC는 상대적으로 짧다. 역대 최고의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크 조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진도 VLAC가 메탄올 추진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탄올 추진 연료를 넣는 선박은 규모가 큰 컨테이너선(길이 약 320m)이 많다. 연료를 주입할 수 있는 시설이 아직 많지 않은 암모니아와 달리 메탄올 연료 시설은 각국 주요 항만에 설치되고 있다. 정해진 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이 메탄올을 쓰기 적합하다는 의미다.

중국 조선소가 계약한 메탄올 추진선 18척 가운데 14척이 컨테이너선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메탄올 추진선을 중국에 집중 발주하는 이유는 도크가 꽉 찬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넣기 어려워서다. 한국 조선사들의 메탄올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대규모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크가 남아 있는 중국 조선사에 암모니아 선박을 발주하지 않는 것은 아직 건조 실적이 부족해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중국 조선사가 메탄올 선박 실적을 계속 쌓아 선주들에 ‘믿을 만한 선택지’로 떠오른다면 한국 조선사에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