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자 1순위'였는데…"어디까지 떨어지나요?" 한숨
지난해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금 관련 펀드·상장지수펀드(ETF)들이 연초 이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기존 전망 대비 더 늦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국제 금 가격은 물론 금광 관련 주식도 주가가 내려간 영향이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6일까지 국내 12개 금 펀드 수익률은 평균 -7.86%로 집계됐다. 이 회사가 분류하는 테마형 펀드 가운데 원자재 펀드(-9%) 다음으로 가장 수익률이 저조했다.

금 펀드는 지난해 중동 정세 불안과 달러 안정 등으로 국제 금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국내 금 펀드 12종의 3개월 수익률은 8.01%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Fed가 기존 예상보다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금 가격이 하락 전환하자 금 펀드 수익률도 함께 내려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4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28일 1온스당 2095.8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6일 기준 2024.1달러까지 약 3.3% 하락했다.

금 펀드의 수익률은 펀드마다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6일까지 국내 금 펀드 중 '하이월드골드'의 수익률이 -19.1%로 가장 부진했다. 이 펀드는 블랙록의 'BGF 월드골드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다. BGF 월드골드 펀드는 글로벌 금광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금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수익률이 특히 저조했다.

금광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IBK골드마이닝' 펀드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4%에 그쳤다. 금광 기업과 해외 금 ETF로 분산투자하는 '신한골드'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5%로 금 가격보다 더 낙폭이 컸다.

금 선물에만 투자하는 ETF들은 금광기업 펀드 대비 선방한 편이었다. 'TIGER금속선물(H)'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6.4% 하락했다. 이어 'TIGER금은선물(H)'(-5.39%), 'KODEX골드선물(H)'(-4.95%) 등의 순서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1월 소비자물가(CPI) 지수가 예상을 웃돌면서 한동안 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1월 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2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며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확률도 71.6%로 높아지면서 금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