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환호 넘친 것처럼 보여"…러 야권세력 추가 탄압 가능성
CNN "나발니는 푸틴에 실존적 위협"
나발니 급사한 날 푸틴은 기계공장서 미소띤 채 연설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시베리아 감옥에서 갑자기 숨진 당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계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가 사망한 16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서부 도시 첼랴빈스크의 한 기계공장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은 공장 내 노동자들과 학생들 앞에서 미소를 띤 채 연설했고 기술 진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WP가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게 존경을 표한 한 젊은 노동자를 향해 "앞으로! 성공! 새 국경으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장에서 나발니 사망을 언급하지 않았다.

나발니 급사한 날 푸틴은 기계공장서 미소띤 채 연설
이와 관련해 WP는 "교정당국이 푸틴의 최대 정적인 나발니의 사망을 발표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환호로 넘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WP는 푸틴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러시아 대선을 한달 앞두고 많은 것이 푸틴의 방식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총평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부의 군사 지원 차질과 전선에서 우크라군의 퇴각을 언급했다.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원조 예산안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강경파 등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탄약 부족 등을 호소해온 우크라이나군은 수개월간 아우디이우카를 사수하려고 총력을 쏟았지만 러시아군의 거센 포위 공격에 버티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전고를 울리기에 앞서 지난 9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한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서방 언론인과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대항마가 없는 다음 달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

WP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지금 모든 경쟁에서 벗어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러시아 내 야권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독립 정치분석기관인 R.폴리틱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 남은 야권 세력에 대한 추가 단속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푸틴의 눈에 서방 개입의 위험은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서방이 나발니 사망을 계기로 러시아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내부 단속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라는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나발니 사망의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리며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나발니 급사한 날 푸틴은 기계공장서 미소띤 채 연설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소셜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정권을 압박했던 나발니의 존재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나빌니 사망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 "푸틴은 나발니를 실존적 위협으로 여겼다"며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나발나의 실명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를 '그 사람', '블로거', '베를린의 환자' 등으로 부르며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나발니 의문사와 관련해 "러시아의 절망적인 정치 지형에 더 어두운 그림자가 많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야권 지도자의 죽음은 러시아에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