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당했다" 한변 제기 소송 기각…"통신자료는 최소한의 기초정보"
법원 "공수처 통신조회, 필요한 수사 범위…권한남용 아냐"(종합)
지난 2021년 '사찰' 논란을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1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관한 첩보를 입수했고 그 혐의 및 대상자 관련성을 소명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원고 등의 통신자료를 받았다"면서 "혐의 관련성이 소명된 사람에 대한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은 수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통신자료는 해당 이용자의 인적사항 등 통신의 상대방을 특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정보로 한정되고 구체적 통신 내역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수사기관은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엄수할 의무를 지므로 통신자료 제공으로 사익이 침해될 위험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원고 등의 통신자료를 수집한 것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아니라고 항변한 데 대해서는 "수사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수사도 필요할 뿐 아니라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수사의 대상도 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2021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기자, 가족·지인, 변호사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통신자료 조회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동통신사를 통해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절차로, 인적사항만 제공된다.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은 통신자료 조회는 검찰과 경찰도 하는 일반적인 수사 방식이라고 반박했으나 조회 대상이 된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 등은 "사찰행위가 다수의 선량한 일반 국민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불러왔다"며 2022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변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수처가 수사권을 남용해 언론·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사안"이라며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