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난다는 실버타운, 입주하려면 번호표부터 뽑으세요
“현재 운영 중인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입주 보증금 3억~7억원에 월 생활비는 100만원 이상 수준입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시니어주택 개발 및 운영 세미나’에서 양완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연구원은 이같이 설명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내에서 시니어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돈이 있다 하더라도 1년 이상 입주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복지주택 39개소뿐

시니어주택은 말 그대로 고령층이 살기 적합한 시설과 기능 등을 갖춘 공간을 의미한다. 통상 체력단련과 의료 등 건강 서비스와 식사, 여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유형은 다양하다. 노인복지주택과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등 노인복지주거시설이 있다. 노인요양시설 같은 노인의료복지시설도 있다.

시설 규모와 입주 대상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컨대 노인복지주택은 3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1인당 연면적 기준은 따로 없다. 유료 양로시설은 입소정원 10명 이상, 1명당 연면적 15.9㎡ 이상 등의 조건이 있다. 의료시설인 노인요양시설은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 가령 50인 시설 기준 노인요양시설의 최소 필요인력은 37명으로 노인복지주택(3명), 양로시설(12명)보다 훨씬 많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글로벌 주최로 '시니어주택 개발 및 운영 세미나'가 열렸다. 한미글로벌 제공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글로벌 주최로 '시니어주택 개발 및 운영 세미나'가 열렸다. 한미글로벌 제공
건강 상태와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적합한 유형이 다르다. 주서령 경희대 교수(전 한국주거학회장)에 따르면 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시설로는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있다. 고령자복지주택, 케어안심주택,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등은 저소득층이 타깃이다. 건강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은 고소득 노인의 선택지로는 노인복지주택과 유료 양로시설이 있다.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통상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관심이 특히 커지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39곳, 8840가구에 불과하다. 양로시설(180곳), 노인공동생활가정(89곳)보다도 훨씬 적다. 서울엔 11곳의 노인복지주택이 있다.

‘억 소리’ 절로 나는 실버타운

최덕배 한미글로벌 D&I 전무가 지난 6일 세미나에서 발표한 수도권의 주요 노인복지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2017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더시그넘하우스’는 보증금(1~2인용 노인복지주택 기준)이 4억~10억원대고, 1인 월 평균 생활비는 205만원 수준이다. 식대는 1인 60식 기준 66만원이다. 그럼에도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95% 이상 입소율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노인복지주택 '더시그넘하우스' 전경.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노인복지주택 '더시그넘하우스' 전경.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경기 용인 기흥구에 있는 ‘삼성 노블카운티’는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양로시설의 보증금(1~2인용 기준)은 3억9000만~7억3000만원이다. 월 생활비는 2인 기준 500만원대다.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는 1인실과 2인실, 4인실로 구성돼 있다. 월 비용은 1인실이 200만~300만원대로 가장 비싸다. 4인실은 90만원대 수준이다. 4인실, 2인실, 1인실 순서로 입소율이 높다고 한다.

서울송도병원이 모기업인 서울시니어스타워는 1998년부터 시니어주택을 공급 중이다. 서울타워(중구)와 강서·가양타워(강서구), 강남타워(강남구), 분당타워(경기 성남) 등 수도권에서 5곳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전북 고창에 있다. 최덕배 전무는 “입지적 우수성과 중상위 계층을 타깃으로 한 시니어주택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위례·마곡 등에서 실버타운 공급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작년 18.6%에서 2070년 46.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니어주택 공급에 관심을 두고 있는 회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생명과 KB 골든라이프케어, 롯데건설, GS건설, 한미글로벌 D&I 등 보험사 및 건설업계가 적극적이다. 종근당산업과 대교의 계열사인 대교뉴이프 등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눈에 띈다.
한미글로벌D&I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노인복지주택 '위례심포지아' 모습. 한미글로벌 제공
한미글로벌D&I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노인복지주택 '위례심포지아' 모습. 한미글로벌 제공
향후 공급 예정인 시니어주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미글로벌 D&I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노인복지주택인 ‘위례심포지아’를 짓고 있다. 총 115가구 규모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물리치료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 상반기 중 분양공고를 내 내년 3월 입주를 개시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노인복지주택 ‘VL르웨스트’를 공급하고 있다. 운영사인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컨시어즈 서비스, 이대서울병원과 인접한 의료 인프라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9월 준공 예정이다.

경기 의왕에 2026년 들어설 예정인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 스위트’는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다. 노인복지주택 536가구와 오피스텔 842실이 함께 공급된다. 부모부터 자녀까지 3대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