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권 등 '노동 삼권' 보장받은 노조와 달리, 집단행동에 제약 많아
복지부 "집단행동은 불법" 강경기조…의료계 반발 키울 우려도
'의사 집단행동' 왜 불법일까…"직능단체에는 '파업권' 없어"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의사의 총파업 등 집단행동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가능한지, 법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우선 의사들의 총파업이 불법으로 분류되는 데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직능단체'여서 파업권이 보장되지 않는 데 있다.

의협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는 노동자로 볼 수 없는 데다, 전공의들도 노동조합에 속해 있지 않아 파업의 법적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수련병원에 '고용된' 전공의들은 근로자라는 점에서 파업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들의 지위도 애매모호하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이들로, 수련자이자 근로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병원과 근로계약이 아니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수련 계약'을 체결한다.

한때 대전협에서 의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논의가 진전되고 있지는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들은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에도 특정일에 휴가를 쓰거나,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 등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모두 '불법'이라고 강조한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의료계의 단체행동에 대해 "노조 같으면 '노동 삼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의든 봉직의든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 왜 불법일까…"직능단체에는 '파업권' 없어"
더구나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삼는 집단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미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함에 따라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도 내린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엄포가 전공의의 반발만 키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인턴들은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다면, 수련 교육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다음 단계인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고 병원을 떠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인턴의 수련 교육은 이달 말 종료된다.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정부가 의사 면허 박탈 등을 자꾸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법 위반이라는 얘기를 반복할 게 아니라, 의료계와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