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더 유리하네"…리모델링 철회 급증
서울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가 최근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거쳐 328가구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 주택 리모델링으로 가구 수를 늘린 첫 사례다. 업계에 모처럼 나온 호재지만, 후속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셈법은 복잡하다. 정부가 기존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도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사업 방식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선 고용적률 재건축 사업 추진뿐 아니라 리모델링 규제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구 수 늘리고 주차장은 ‘두 배’

"재건축이 더 유리하네"…리모델링 철회 급증
송파구는 최근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사업에 대한 사용검사(준공)’를 처리했다고 7일 밝혔다. 2012년 수평증축을 통해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이후 첫 사례다.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송파 더 플래티넘’(사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번 수평증축 리모델링으로 기존 지하 1층~지상 15층, 299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16층, 328가구로 변모했다. 용적률은 283%에서 430%로, 가구당 전용면적은 기존 37~84㎡에서 52~106㎡로 늘어났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29가구는 2022년 일반에 분양했다.

주차 문제 등 기존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대거 개선됐다. 지하 주차장을 증축해 주차대수가 기존(165대)의 두 배인 320대로 늘어났다. 전체 가구에 인덕션을 설치하고, 송파구 공동주택 중 처음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도 도입했다. 발생한 음식물을 100%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전체 1개 층 필로티 시공, 1개 층 수직증축, 지하층 하향 증설공법 등 리모델링 관련 특허와 신기술을 모두 적용했다”며 “두 가구로 분리가 가능한 전용 106㎡는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이다.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한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거나 용적률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는 전국 151개 단지, 12만621가구다.

○“신도시 전체 고밀개발은 불가능”

송파구에서 첫 가구 수 증가형 성공 사례가 나왔지만,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가 수직증축과 안전성 검토 등에 높은 기준을 적용해 사업이 지연되던 와중에 최근엔 대놓고 리모델링 단지가 재건축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수혜지인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조합을 해산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선 호계동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아파트 일부 조합원이 재건축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2022년 12월 평촌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해 온 단지다.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는 매화마을 1단지가 지난해 리모델링 분담금 확정 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뒤 사업이 중단됐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서울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오는 4월 조합 해산 총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송파 거여1단지가 리모델링추진위를 해산했다. 송파 강변현대 리모델링조합도 조합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고용적률 적용 정책이 정비사업 속도를 되레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지에서조차 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전국 108개 택지지구가 허용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준주거 기준 최대 750%) 받을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리모델링을 선택해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