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美 소비 호황이 불안한 이유
미국이 경기 연착륙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성장’이 결정적이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기준으로 3.3%를 기록하며 시장 추정치(2%)를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 전망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었다. 경제 성장에 대한 소비 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1.91%에 달했다.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힘이 여실히 반영된 결과였다.

소진되는 초과저축

미국의 소비가 이처럼 견조한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시절 누적된 초과저축(이전 추세를 웃도는 저축)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뿌린 수조달러 규모의 코로나 지원금이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바꿔 말해 초과저축이 고갈되면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은 초과저축이 2021년 8월 2조10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900억달러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분기 말에는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고용시장 활황과 그에 따른 소득 증가로 초과저축 고갈 시기는 다소 지연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해도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 1분기에는 초과저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과저축이 감소한다고 해도 커진 씀씀이를 갑자기 줄이기는 쉽지 않다. 미국 소비자들은 대출과 카드빚, 후불결제(BNPL)에 점차 의존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 신용(대출+카드빚)은 작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5조달러를 넘어섰다. 전월보다 237억달러 늘어난 5조34억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제러미 바넘 JP모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은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신용카드빚 연체율은 3.0%로, 전 분기(2.7%)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후불결제는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후불결제 업체가 가맹점에 대금 전액을 먼저 지급하고, 소비자가 업체에 다달이 나눠 갚는 서비스다.

데이터 분석업체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소매업체의 후불결제는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난 166억달러(약 21조7855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후불결제 연체율은 통상 자동차·주택담보대출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는 것보다 더 쓰는 소비자들

이런 상황에서 고용시장도 악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Fed는 1월 베이지북에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너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미국 증시가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Fed가 올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호재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 소비자들이 통 큰 소비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미국이 내수 위축으로 경기 둔화를 겪으면 한국 경제에도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닥칠지 모를 미국 소비 활황의 ‘엔드 게임’에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