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현대차 양재 사옥./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현대차 양재 사옥./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자동차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증권가에선 실적 우려가 선반영됐고, 배당 매력이 커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조40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2% 증가했다. 다만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9%가량 밑돌았다. 매출액은 41조6692억원, 순이익은 2조20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3%, 28.8% 늘었다.

4분기 실적에 대해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량이 늘어났고, 재료비도 하락했지만, 예상보다 판매 대수가 적어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러시아 법인 매각 손실 비용 4573억원도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작년 4분기 도매판매(중국 제외)는 101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3% 줄었다.

환율 부정적 영향, 금융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 기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2.8% 하락한 1321원을 기록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63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대손충당금 확대로 금융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현대차는 올해 연간 가이던스(목표치)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0.6% 증가한 424만대로 설정했다. 또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4~5%로 정했고, 영업이익률 목표는 8~9%로 제시했다. 신윤철 연구원은 "기아에 비해 현대차는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제시했다"면서도 "이번에 제시한 목표치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목표 달성 여부는 고부가 위주 제품 판매 비중, 비용 관리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싼타페, 그랜저, 코나 등 하이브리드(HEV) 판매량이 늘어나고, 원재료 비용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영업익 목표치가 낮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는 컨센서스(16조2000억원) 대비 많게는 16.3%, 적게는 4.9% 적은 수치"라며 "현대차 영업이익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현대차의 고배당 정책을 호평했다. 앞서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8400원을 배당한다고 25일 공시했다. 작년 2·3분기 배당금(3000원)을 포함하면 작년 한 해 동안 1만1400원을 배당한 셈이다. 전년 대비 63%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송선재 연구원은 "보통주 기준 연간 배당수익률은 6%로 현대차 주가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