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에 18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풀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고꾸라지는 등 경제적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이번 분기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결정 전 이례적 발표

지준율 낮춰 '돈풀기' 나선 中…경기부양 '긴급 처방'
인민은행은 24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고 농업 및 소기업을 지원하는 재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 1조위안(약 18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인민은행은 2022년 4월과 12월, 작년 3월과 9월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이번 지준율 인하폭은 종전의 두 배 수준이다. 지준율이 내려가면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6.9%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전에 판궁성 인민은행장이 나서 먼저 이를 발표했다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불안한 시장을 달래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LPR을 5개월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금리 조정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가 뒤늦게 대응책을 꺼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화기금’을 조성해 중국 증시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당국은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공매도를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비공식 지침에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가지수 선물을 이용한 공매도 행위가 제한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창구지도는 최근 공매도가 급증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홍콩 증시 3.5% 급등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난 뒤로도 부동산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가까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가 장기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3년간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달러(약 8025조원)에 달한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이는 영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본토 기업이 다수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 들어 최근까지 10% 떨어졌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각각 약 7%와 10% 하락했다. 항셍지수는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은 최근 5년 내 가장 낮았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보고서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지난 3년간은 중국 증시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에게 도전적이었고, 좌절감을 주는 기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인민은행의 이번 발표에 일단 환호했다. 지준율 인하 소식이 전해진 뒤 항셍지수는 3.56% 상승한 15,899.87에 마감했다. 중국 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4.24% 급등했고, 상하이종합지수도 1.8% 상승했다.

토크빌파이낸스의 아시아 주식 책임자인 케빈 넷은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라는 조치를 꺼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정책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