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MIT 교수 "챗GPT는 그럴듯한 수준…그걸 뛰어넘는 건 사고력"
“챗GPT, 탁구 치는 로봇 팔을 그려줘.”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가 요청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단 사족보행 로봇 ‘치타’로 로봇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다.

챗GPT는 몇 초 만에 그림 한 장을 내놨다. 언뜻 보면 그럴싸했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뒤죽박죽이었다. 엉뚱하게 카메라를 단 팔 모양의 로봇은 탁구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탁구채를 들고 있지도 않았다. 탁구 치는 로봇을 배운 적 없는 챗GPT는 미지의 세계에서 무용했다.

김 교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은 이미 있는 정보를 조합해 전문가 못지않은 답변을 내놓지만 ‘그럴듯한’ 단계에 그칠 뿐”이라며 “추상적인 언어의 벽을 넘어 물리적인 세계에 맞게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디테일한 설계도로 그려내는 건 인간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이어 “설사 미래에 AI가 신체를 갖고 머릿속 생각까지 완벽하게 구체화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더라도 그 개념과 과정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라는 또 하나의 ‘자동화 도구’를 얻은 인간이 비판적 사고와 응용력, 여러 정보를 엮어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위기의식이다.

“모든 기술의 발전은 결국 자동화로 이어집니다. AI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우리의 기억력과 길을 찾는 능력이 약해졌듯, AI로 자동화가 더 진전되면 직접 손을 써야만 발달시킬 수 있는 두뇌의 역량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쇠퇴할 위험이 큽니다.”

김 교수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인간이 컴퓨터와 같은 단순 ‘정보처리장치’로 전락하는 미래다. 인터넷과 AI를 통해 그때그때 데이터를 찾아 연산·처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정보를 기억해뒀다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은 사라진다. “컴퓨터처럼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좋아졌는데 깊이가 없는 두뇌로 바뀌는 겁니다.”

지금의 교육이 이런 부작용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AI가 못하는 것을 인간이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교육이 그저 ‘컴퓨터 인간’을 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과학 인재의 산실이라는 MIT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MIT 학부 정원 비중을 보면 이미 스스로 코드를 쓰는 AI에 대체될 컴퓨터과학은 61%인데 자동화가 어려운 전기과학공학은 불과 2%”라며 “교육마저 미래에 대비하기보다는 현재의 트렌드만 좇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교육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예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한 번 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두뇌를 활성화하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십시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