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4만 달러마저 붕괴…'패닉 셀링' 작용했나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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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장중 4만달러선도 붕괴됐다. 국내에서는 한 달 반여 만에 5500만원대가 무너졌다.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24시간 전 대비 0.86% 오른 551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5시께 전날 대비 4.7% 빠진 5468만9000원까지 내렸다. 비트코인이 5500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건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 거래일 대비 4.6% 하락한 3만974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대량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레이스케일은 기존 비트코인 신탁 상품인 GBTC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해 이달 11일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GBTC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GBTC를 처분하면서 그레이스케일이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은 코인베이스 프라임에 7억8400만달러(약 1조원) 규모 비트코인을 이체했다. 코인베이스 프라임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기관투자자 전용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으로, 대규모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보내는 것은 매도를 위한 것이란 의미다. 그레이스케일의 ETF 거래 수수료는 블랙록 등과 비교했을 때 높다. 이 때문에 '갈아타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매도 자금이 다시 비트코인 시장으로 되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GBTC 보유 물량 상당수도 매도가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와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는 현물 ETF 승인 이후 그간 보유해온 GBTC의 3분의 2 이상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이달 11일 이전 FTX는 GBTC 2228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는 3분의 2 이상을 팔아 800만주에 못 미치는 물량만 보유하고 있다. GBTC 2228만주는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물량이 FTX로부터 나오면서 비트코인 하락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개인의 '패닉 셀링'도 일부 작용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지난 10일 4만9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2주도 안 돼 약 20%가 하락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비트코인의 최대 호재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암호화폐 전문업체 페어리드의 짐 스톡턴 전략가는 "비트코인 4만 달러가 붕괴했지만, 조정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3만6000 달러가 주요 지지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JP모건은 지난 18일 "앞으로 최대 100억달러가 더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파트너사이자 미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인 메사리는 "비트코인이 이전과 같은 100배의 수익률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올해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군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