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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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일하기 싫다는 거죠."

최근 서울 여의도 모처. 젊은 금융위원회 사무관이 대뜸 짜증을 부렸다.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정책 회의를 하던 와중이었다. 사무관의 호통에 회의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한 금융회사 직원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책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사무관에 전화를 걸었다. 10여차례 시도 끝에 연락이 닿은 사무관은 "가이드라인에 다 있는데 뭐 그런 걸로 전화하냐"고 면박을 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 직원은 "가이드라인을 봐도 애매한 조항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혼만 났다"며 "금융정책을 좌우하는 금융위인 만큼 뭐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고 했다.

금융위 직원들은 바쁘다. 일이 몰리는 만큼 상대방에게 언제나 친절을 베풀 기는 어렵다. 하지만 금융위 직원들의 불친절·짜증 수위가 심하다는 평가도 많다. 금융위와 정책 교류가 많은 다른 금융회사 직원들도 금융위 관료들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금융위 사람들은 공무원 가운데서도 가장 기세등등한 편"이라며 "'관치금융의 화신'이 금융위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불친절’은 정책 홍보 과정에서도 포착된다. 금융정책 주무 부처인 만큼 거의 매일 2~5개에 보도자료를 내고 정책을 홍보한다. 금융정책 특성상 생소하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내는 날 담당 과장·사무관들 가운데 전화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자를 남겨도 '깜깜무소식'이다. 정책 담당자 편의적으로 작성한 자료들을 내놓고서는 '잠수'를 타는 것이다. 기자들도 익숙하듯 "원래 잘 안 받는 거 아는데 그래도 좀 심하다"고 웃고 만다. 금융위 정책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공무원들의 '성과 채우기' 수단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 정책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 관료들도 새겨들어야 하는 지적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금융위가 소통에 미흡하다는 지적에 "금융위 인력이 300여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결과"라고 말한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1200여 명이 경제 정책 전반을 관할한다"며 "금융위 300명이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문했다.

김익환/선한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