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애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삼성은 그동안 애플에 스마트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는 뒤처져도 출하량에서는 2010년 갤럭시폰 출시 이후 세계 정상을 지켜 왔으나, 13년 만에 출하량에서도 선두를 내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2022년(18.8%)보다 1.3%포인트 오른 20.1%인데, 삼성은 2022년(21.7%)보다 2.3%포인트 떨어진 19.4%에 그쳤다.

삼성 갤럭시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밀리고, 중저가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쫓기는 ‘넛 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은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75%를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의 점유율은 15% 안팎에 불과하다. 아이폰의 평균 판매 단가는 갤럭시폰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무엇보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치명적이다. 샤오미, 오포 등이 애국심 마케팅에 편승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0%대로 존재감을 잃었다.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추격에 고전하고 있다. 초저가폰 브랜드인 중국 트랜션은 지난해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시장 등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세계 5위로 올라섰다. 화웨이의 부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제재를 뚫고 지난해 9월 3년 만에 5G폰 신제품을 출시한 화웨이는 2022년 3000만 대까지 감소한 출하량을 올해 1억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삼성은 그동안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고 중국의 추격을 방어하는 데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양과 질 모두에서 추격자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소비자들을 다시 사로잡으려면 남다른 기술력과 서비스로 무장해야 한다. 어제(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표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폰에서부터 괄목할 만한 성과와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