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이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며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저출산위가 인구 감소 흐름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도 맹목적 ‘출산율 높이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홍석철 저출산위 상임위원은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다르지만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인구 정책을 짜온 전문가 두 명이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저출산위의 정책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 저출산위는 위원회 조직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명색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부위원장이 장관급이며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관가에선 ‘힘없는 조직’ 취급을 받는다.

예산 집행권도, 다른 부처를 조정할 힘도 거의 없는 데다 실무 인력도 30명 안팎에 불과한 ‘미니 조직’이기 때문이다. 인력도 다른 부처에서 잠시 파견 나온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파견 기간도 1년~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성이 쌓일 틈도 없고 소속감도 떨어진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차라리 기재부 예산실이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나마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임기 내 성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인지 저출산위는 ‘대통령 아젠다’에서도 밀리기 일쑤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위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3월에야 첫 회의를 주재했다. 비단 조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저출산위로는 인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은 출산율이 1.26명까지 떨어진 2005년 ‘1억 총괄상’이란 특임장관직을 만들어 출산율 급락을 막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저출산위 회의에서 “인구는 안보 문제”라고 했다. ‘국가 소멸’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저출산위를 실질적 정책을 관장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