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탓 식비 부담에 학생식당도 속속 문 닫아
숙소도 비싸져 41%는 학업·일 병행
"1유로 학식 달라"…佛대학생 20% 한주 세끼 이상 굶어
프랑스 대학생 5명 중 1명은 경제적 이유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학생연합회는 지난해 9월∼12월 프랑스 대학생 7천5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19%는 '일주일에 세 끼 이상 식사를 건너뛴다'고 답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 응답자의 49%는 매주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살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식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에서 더 흔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28%가 식사를 제대로 못 한다고 응답했고,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은 16%가 그렇다고 답했다.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 중에서도 5명 중 1명은 대학 구내식당의 밥값(3.30유로, 한화 약 4천700원)이 너무 비싸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도 41%로 나타났으며, 특히 35%는 주 12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이렇게 밥을 굶는 건 생활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2%대였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2월 6.3%까지 치솟았다.

이후 차츰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지난해 12월에도 3.7%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상당수 대학의 학생식당이 문을 닫은 것도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 밥을 챙겨 먹기가 부담스러워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연합회의 마엘 니잔 회장은 "대학 식당을 모든 곳에 설치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식대도 1유로(약 1천400원)로 낮춰 모든 학생이 정기적으로 식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생의 생활 안정을 해치는 또 다른 요인은 주거 문제다.

특히 집값이 비싼 파리 등 수도권 지역의 학생이 적당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새 학기마다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리가 한정된 국립기숙사(Crous)에 들어가지 못하면 형편에 맞는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 위생 상태가 불량하거나 난방·단열이 잘 안되는 낡은 숙소에 내몰리게 된다.

이에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3만5천개의 신규 숙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연합회는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약속에 회의적이다.

2017년 정권을 잡은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5년 내 학생 숙소 6만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22년까지 겨우 절반만 달성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