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가구 41명 임시주택서 생활…언 땅에 복구도 더뎌
예천군, 일상 복귀 위해 신규부지에 이주마을 조성
[르포] "갈곳도 없어 종일 집에만 있어요"…임시주택 고립된 예천수재민
"외딴섬에 사는 것 같아. 땅이 얼어서 집도 당장 못 짓고 답답하지…"
4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의 임시주택. 지난해 여름 수해로 집을 잃어버린 주민들을 위해 예천군에서 마련한 것이다.

이날 찾아간 효자면의 임시주택들은 인적이 드문 도로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했고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 소리만 들렸다.

수해로 집을 잃어버린 박금자(78)씨는 "어디 갈 곳도 없고 갑갑하다"며 임시주택 방바닥에 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박 씨는 임시주택에 입주한 이후 집 밖을 벗어나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하고 택시를 타자니 요금이 부담스러워서다.

승용차가 없는 박 씨가 시내에 나가는 일은 한 달에 세 번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박 씨는 "전에 살 때는 이웃집에 가거나 아니면 이웃 주민들 차를 얻어타고 놀러 다니기도 했다"며 "지금은 걸어서 마실 나갈 곳도 없으니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다"고 말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도 그의 근심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박 씨는 "최근에 갑작스레 한파가 찾아왔는데 온종일 난방을 틀어놔도 추워서 집에서 외투를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좁은 방을 손으로 가리키며 "올해 설에는 집이 좁아 자녀들이 자고 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르포] "갈곳도 없어 종일 집에만 있어요"…임시주택 고립된 예천수재민
감천면 벌방리에 마련된 임시주택은 마을회관 바로 옆에 지어져 사정이 좀 나았다.

이곳에 입주한 주민들은 낮이 되면 마을회관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교류를 나눈다고 한다.

하지만 땅이 얼어 복구 작업이 더딘 탓에 원래 삶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건 매한가지였다.

A(66)씨는 "지금도 잃어버린 내 집이 생각난다"며 "남편을 잃고 30대에 혼자 과수원을 가꿔서 힘들게 번 돈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이라 당장 복구 작업도 힘들어서 언제 집을 다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르포] "갈곳도 없어 종일 집에만 있어요"…임시주택 고립된 예천수재민
예천군에는 모두 28가구 41명이 지난해 여름 수해로 집을 잃어버려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임시주택은 감천면 벌방리, 효자면 백석리 등에 마련됐다.

예천군은 수재민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기 위해 신규 부지에 이주 마을 조성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 상담도 준비 중이다.

아직도 그때가 기억난다던 홍모(84)씨는 "그냥 그냥 사는 대로 살아요"라며 "내 몸 하나만 간신히 챙기고 나왔는데 요즘도 자다가 기억이나 정신 없이 깰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