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에서 눈에 띄는 부동산 쟁점 3가지 [집코노미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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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2024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습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굵직한 내용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정리하자면 이렇게 8가지입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⑥, ⑦, ⑧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⑥실버타운 활성화 안건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이색적이었던 대목입니다. 그동안의 부동산대책에서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장 슬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부터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까지 태스크포스(TF)에 동원되는 부처만 3곳입니다. 내용을 보면 정부가 꽤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 리츠로 시범사업을 한다든지 신도시 등 택지의 지구단위계획을 짤 때부터 아예 실버타운 부지를 배정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다만 실버타운과 인접한 곳이 신도시 안에서 비선호 입지가 될 우려는 있습니다.
학교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담겼는데요.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어나다 보니 '학교 자리가 요양병원이 될 판'이라는 농담이 흔했는데요. 정말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다만 실버타운의 활성화 문제에서 앞으로 논의돼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중증 환자의 간호, 간병 문제인데요. '아프면 나가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실버타운이 중증 환자들을 받는 데 인색합니다. 초핵가족화 시대에서 고령 가족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토털 서비스'가 아니라 고급 거주지 수준에 머문다면 활성화 또한 한계가 있겠죠. ⑦금융 부문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거론됐습니다. 2027년까지 가계부채를 GDP의 10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차원에서 언급됐는데요. 현재 DSR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들을 점검하겠다는데, 사실 예외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떤 대출을 추가로 DSR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전세대출이죠. 그간 당국자들이 전세대출의 DSR 포함 당위성을 언급하기도 했었고요. 또 이번 자료에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라고 구태여 부연한 점도 이 같은 추론을 하게 만듭니다. 다만 전세대출은 임차인의 명의로 돈을 빌리지만 실질적으론 임대인이 쓰기 때문에 정교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인구소멸을 부동산 대책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입니다. ⑧이른바 '세컨드 홈'을 활성화하겠다는 건데요. 분양 업체들이 지방 아파트를 팔기 위해 '세컨드 하우스' 마케팅을 하는 걸 보는 것 같습니다.
요지는 1주택자(A)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집을 1채(B) 더 살 경우 주택수에 합산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추가로 취득한 인구감소지역 B주택은 사실상 투명주택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A1+B1=A1이라는 계산이 나오니까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집이 많을수록 불리한 세제에서 1주택 특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법엔 이와 비슷한 투명주택들이 많았습니다. 임대사업자의 양도세를 계산할 때 임대주택을 빼고 따진다거나, 지방의 공시가격 1억 미만 주택은 취득세에서 주택수에 산입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 많았죠. 그런데 이렇게 조건이 복잡해지다 보니 골치 아픈 문제도 뒤따랐습니다. 이런 투명주택을 포함한 3주택이라면 전체 주택수를 2채로 봐야 할까요, 3채로 봐야 할까요? 실제론 2주택자인데 감면주택을 갖고 있어 세법상 1주택으로 판정되는 사람이 인구소멸지역의 주택을 산다면 그는 어떤 세율을 적용받을까요?
이렇게 복잡해지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법조문으로 규정해둬도 다른 법과 상충되거나 빈틈이 발생할 우려가 많죠. 결국 부동산 전문 세무사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때가 된 것입니다. 정부에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도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막으려다 또 누더기 세법이 될 우려가 큽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도시를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미뤘는데요. 행정안전부가 공표하는 인구감소지역은 이렇게 89곳입니다. 이곳들이 모두 해당되는 건 아닐 테지만요. 그러나 어떤 지역들이 포함될 수 있는지 헤아려보면 다소 충격적입니다. 전국 거의 대부분이 후보지인데, 제2도시인 부산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감소는 어느새 부동산 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자리할 만큼 무서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의 내집마련이나 부동산 투자를 계획할 때 이 변화를 꼭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예수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