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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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수필가, 번역가인 류시화가 제주도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다. ‘한달 살기’를 한다고 하는 그 사람은 “내가 생각한 제주도가 아니다”며 “무척 실망했다”고 했다.

류시화의 대답은 이랬다. “그런데 왜 이곳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한 제주도여야만 하죠? 자신의 관념 속 제주도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경험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이곳에 온 게 아닌가요?”

류시화의 새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의 한 부분이다. 물론 제주를 옹호하려 그가 이런 말을 한 건 아니다. 그는 자기 경험도 털어놓는다. 처음 인도 갔을 때, 거리에 영적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넘쳐날 거라 기대했다. 갠지스강은 순결하고 성스러울 거라고 상상했다. 실제로 마주한 인도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히말라야 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인생은 내가 생각했던 인생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책마을]
세상일들이 기대했던 것과 같다면, 상상했던 것과 같다면 좋을까. 류시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상상과 달랐던 인도를, 히말라야를 계속 찾은 이유에 대해 “내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여서 좋았다”고 했다.

결국은 인생 이야기다. 그는 “이 인생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다”면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모든 일들이 나의 제한된 상상을 벗어나 훨씬 큰 그림 속에서 펼쳐지고 있으니”라고 말한다.

산문집에는 이 같은 교훈적인 이야기가 42편 담겼다. 명상적이고, 삶을 응원하는 글들이다. 좋은 이야기지만 약간은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