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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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투자자입니다. 힘들게 회사생활 하면서, 투자는 바보처럼 아무 말 안 하고 적금 모으듯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아파트 투자 안 한다고 욕먹으며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드디어 목표치를 넘겼네요”

이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투자 인증샷이 테슬라 팬들에게 화제였습니다. 본인을 삼성전자 CL3(과장·차장급)라고 밝힌 글쓴이는 8년 전부터 조금씩 테슬라 주식을 사 모았습니다. 그가 올린 누적 투자 수익률은 129%.

올해 강세장을 고려하면 나올법한 수치입니다. 놀라운 건 주식 보유 수량입니다. 적금 붓듯 모았다는 테슬라 주식은 무려 1만185주. 33억원이 넘는 평가액 중 수익은 19억원에 육박합니다. ‘놀랍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테슬라 주식 1만주 보유 인증샷.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테슬라 주식 1만주 보유 인증샷.
연말입니다. 투자자들이 한 해 투자 성적을 결산할 때입니다. 누군가는 ‘테슬라 1만주’ 직장인처럼 가슴 벅찬, 또 누군가에겐 못내 아쉬운 시기이겠지요. 이번 주 <테슬람이 간다>는 마지막 연말 특집으로 테슬라 주식 및 주요 투자처에 대한 수익률을 분석합니다. 올해 1월 초부터 12월 28일까지 종가 기준으로 미국 주식과 국내 주식, 암호화폐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미국 주식 ‘매그니피센트 7’의 위엄

2023년 미국 증시에선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황야의 7인’이 불을 뿜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를 지칭하는 ‘매그니피센트 7’ 얘기입니다. 지난 24일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7은 올해 S&P500지수 상승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습니다. 이 종목들이 없는 투자자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매그니피센트 7’ 올해 수익률
※1월3일~12월28일 종가 기준

- 엔비디아 245.9%
- 메타 187.3%
- 테슬라 134.2%
- 아마존 78.7%
- 알파벳(구글) 57.4%
- 마이크로소프트 56.6%
- 애플 54.8%
- 나스닥지수 45.3%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 총알이 박힌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전시돼 있다. 지난달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배송 행사에 맞춰 차량에 총을 쏘는 방탄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REUTERS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 총알이 박힌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전시돼 있다. 지난달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배송 행사에 맞춰 차량에 총을 쏘는 방탄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REUTERS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134% 오르며 ‘글로벌 대표 성장주’라는 이름값을 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60%가 넘는 하락 충격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지난 28일 종가는 253.18달러로 전고점인 400달러까지 갈 길이 멉니다. 올해 두 배가 넘는 상승에도 장기 테슬라 투자자들이 무덤덤한 이유입니다. 반면 지난해 큰 폭의 하락을 겪었던 메타나 알파벳은 전고점 근처까지 회복했습니다. 시가총액 1, 2위인 애플과 MS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 중 가장 돋보인 기업은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입니다. 올해 주가가 세 배 넘게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매 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덕분입니다. 오랜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주주가 부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작년 하락장에서 기술주 대비 선방했던 가치주는 올해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소비재 및 유통기업들은 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에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주 역시 지수 평균 수익률을 대부분 하회했습니다. 이에 최근 글로벌 자금은 가치주 상장지수펀드(ETF)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술주가 고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미국 주요 비(非)테크주 올해 수익률
※1월3일~12월28일 종가 기준

- 나이키 –8.4%
- 코카콜라 –6.7%
- 스타벅스 –4.9%
- 제너럴모터스(GM) 7.0%
- 월마트 9.7%
- 홈디포 10.0%
- 시티그룹 12.5%
- 버크셔해서웨이 16.1%
- 웰스파고 18.4%
- S&P500지수 25.1%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간판. /REUTERS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간판. /REUTERS

국내 증시는 배터리 주식 ‘불기둥’

국내 증시는 어떨까요. 올해 코스피지수는 2600을 재돌파하며 ‘산타 랠리’를 연출했습니다. 연초 대비 19% 오르며 작년 하락장 충격을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상승이 돋보입니다. 올 한 해 40% 올라 ‘8만전자’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꾸준히 투자한 동학개미들에겐 훈훈한 연말입니다.

올해 국내 주식을 얘기하면서 배터리 관련주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대형 셀 업체보다 양극재 등 소재 업체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이 주인공입니다. K배터리 주식은 전기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테슬라 주주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11월 전남 광양에 완공한 연산 9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11월 전남 광양에 완공한 연산 9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국내 주요 주식 올해 수익률
※1월2일~12월28일 종가 기준

- 삼성전자 41.4%
- 현대차 29.7%
- LG전자 17.8%
- POSCO홀딩스 83.6%
- 포스코퓨처엠 87.5%
- 코스피지수 19.3%

- 에코프로비엠 208.6%
- 에코프로 488.2%
- 포스코DX 1116.4%
- HLB 90.8%
- JYP엔터 50.7%
- 코스닥지수 27.6%

연초 대비 주가가 12배 넘게 뛴 포스코DX는 올해 최대 핫 스톡입니다. 포스코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이 회사는 로봇, AI,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디지털전환(DX) 사업이 주력입니다. 내년 초 코스피 이전 상장 이슈도 기관의 매수가 몰리는 이유입니다.

암호화폐는 어땠나

암호화폐 역시 작년 폭락의 충격을 딛고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코인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5000만원을 넘으며 160% 올랐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할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알트코인도 불을 뿜었습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연초 대비 가격이 두 배가 넘었습니다. 최근 ‘이더리움 킬러’로 부상한 솔라나는 올해 들어 90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리플,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 이미지가 그려진 동전들이 PC 메인보드 위에 놓여 있다. /REUTERS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리플,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 이미지가 그려진 동전들이 PC 메인보드 위에 놓여 있다. /REUTERS
테슬라 투자자에게 암호화폐는 익숙한 투자처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비트코인 및 도지코인에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당시 뜨거웠던 코인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입니다. 그해 1분기 테슬라는 15억달러(약 1.9조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수했지만 이후 암호화폐의 급락으로 작년 2분기 75%가량을 처분했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약 972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로 약 5400억원어치 규모입니다. 올해 3분기 테슬라 실적보고서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매매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매매 혹은 손실이 난 경우에만 회계장부에 기록합니다.

주요 암호화폐 올해 수익률
※1월1일~12월28일(23시59분) 원화 기준

- 비트코인 162.1%
- 이더리움 101.9%
- 솔라나 908%
- 리플 89.7%
- 에이다 152.4%
- 도지코인 33.3%
올해 테슬라 주가 추이. /야후파이낸스
올해 테슬라 주가 추이. /야후파이낸스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용기

작년의 하락 골이 워낙 깊었던 만큼, 올해 시장은 전반적으로 강세였습니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주식이나 국내 주식, 혹은 암호화폐 중 ‘우량자산’을 연초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보수적으로 지수 ETF에 투자했더라도 말입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지난 1월은 대부분 투자자산의 올해 최저점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개인 투자자가 이때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당시는 하락장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시장의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기 마련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 삼성전자 직원의 ‘테슬라 투자 8년’은 그래서 곱씹어 볼 만합니다. 모두가 바닥을 잡는 귀신같은 ‘타이밍 투자’를 할 순 없습니다. 극소수의 고수 혹은 행운아는 1년 만에 수백%의 수익률을 낼 수도 있겠지요. 평범한 개인이 그러한 베팅에 전 재산을 걸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에 가치가 있다고 확신을 가진다면 묵묵히 장기 투자할 순 있을 겁니다. 수 년간 적금하듯 차곡차곡 모은 ‘1만주 성채’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같은 100% 수익이라도 자산 3000만원과 30억원의 무게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9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육군 대 해군' 풋볼 경기에서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린치 전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부회장. /Dividendology X
지난 9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육군 대 해군' 풋볼 경기에서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린치 전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부회장. /Dividendology X
테슬라 팬들이 유독 좋아하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경구와 함께 2023년 <테슬람이 간다>를 마무리합니다. 그는 1995년 펴낸 저서 「투자 이야기」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용기와 인내심이 없다면 평범한 투자자에 불과하다. 고수와 하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원칙이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테슬람이 간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