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내주 회의서 첫 전후계획 논의…블링컨도 이스라엘 재방문
"실패한 과거 작전 재연 안돼"…국면전환 반대 내부 강경론은 변수
가자지구 곳곳서 공습·시가전…팔 사망자 2만1천명 넘어 가자인구 1% 육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새해 초 저강도 전투로 전환할지를 결정할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에 전쟁 국면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내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로 파견하고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도 관련 논의를 위한 첫 내각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 극우 강경파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강공도 계속되면서 세밑 가자지구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하마스 전쟁, 새해 저강도 전환 분수령…세밑 전투는 지속
◇ 블링컨 5차 방문 앞두고 네타냐후 고집 꺾나
2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년 1월 2일 전후 가자지구 통치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확대 내각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거부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관련 논의를 위해 내각 회의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국방부도 이날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통화하고 전면전에서 '안정화 단계'로의 전환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무차별 폭격과 시가전 중심의 고강도 전면전 대신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과 특수작전 중심의 저강도 전투로의 전환을 촉구해왔다.

이날 미 국방부가 언급한 안정화 단계 역시 이 같은 국면 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에서도 군이 고강도 공세에서 저강도 장기전으로 전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가자지구 분리장벽 내 완충지대를 폭 1㎞로 확대하고 해당 지대에 병력을 주둔시켜 필요시 가자지구에서 특수작전을 벌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내년 1월 5일 전후로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를 방문해 전후 계획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을 찾는 것은 이번 전쟁 발발 이후 5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6일에는 미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과 만나 저강도전으로의 전환과 전후 계획 등에 대해 의논했다.

이-하마스 전쟁, 새해 저강도 전환 분수령…세밑 전투는 지속
◇ 강경파 반발에 내각회의 일정조정
이처럼 새해를 앞두고 국면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이스라엘 강경파의 반발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2일께 네타냐후 총리가 소집하기로 한 내각 회의도 원래는 이날 열릴 예정이었지만 극우 정당의 반대로 인해 회의 일정과 규모가 변경된 것이다.

종교 시온주의 정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전후 계획 논의를 위해 전시 내각 회의를 소집하자 자신들이 빠진 회의에 반발해 대책회의를 열었고 결국 해당 일정은 내주 확대 내각 회의로 조정됐다.

현지의 보수 성향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이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테러와의 전쟁'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해 전후 계획 수립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가자지구와 비슷한 규모의 이라크 모술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하는 데 9개월이 걸렸다며 전후 3개월 만에 국면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하마스가 많은 국가의 지원을 받고 20년간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만큼 섣부른 국면 전환은 실패한 과거 작전의 재연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책임론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총리로선 지지 유지를 위해 이런 강경론을 외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하마스 전쟁, 새해 저강도 전환 분수령…세밑 전투는 지속
◇ 가자 남부뿐만 아니라 중부서도 교전…팔 사망자 210명 늘어
이 같은 전개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번 전쟁 기간 팔레스타인 인명피해는 2만1천32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20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지역 의료진과 목격자들은 피란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이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자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의 경우 도심 병원 주변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 지역에서 폭격으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부 부레이 시가지에도 이스라엘군 전차가 진입했고 중부 마가지 캠프 북동쪽의 주택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3명이 늘어나 총 169명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