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非)정치인 중심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를 28일 꾸렸다. 비대위원의 평균 연령은 43세로 직전 당 지도부와 비교해 10살가량 낮아졌다. ‘789세대’(70·80·90년대생)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더불어민주당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력과 차별화하는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평균 연령 43세 비대위…8명 중 7명이 非정치인
국민의힘은 이날 10명(지명직 8명·당연직 2명)의 비대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지명직 비대위원 중 현역 정치인은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43) 한 명뿐이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당연직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원회 의장까지 제외한 나머지 비대위원 7명은 모두 비정치인이다.

지명직 비대위원에는 김 의원 외에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58)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54) △구자룡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45) △장서정 돌봄·교육 서비스 플랫폼 자란다 대표(45) △한지아 의정부을지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45)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39) △윤도현 자립준비청년지원(SOL) 대표(21)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6명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다. 이에 따라 지명직 비대위원의 평균 나이도 대폭 낮아졌다. 한 위원장은 전날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란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1973년생인 그를 중심으로 여권 세대교체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비서실장에 1975년생 김형동 의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40대 중심의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민주당의 86세대와 차별성도 부각되고 있다. 여당 내에선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향한 압박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비대위원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보수정당의 색채는 옅어지고, 가능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 위원장은 앞서 “우리 사회에서 자기가 땀 흘려 돈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 대표와 한 교수, 윤 대표는 아동·청년·노인층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 의원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장 대표는 모토로라와 제일기획에서 오랫동안 일한 기업인 출신이기도 하다.

민 대표과 김 대표, 구 변호사는 야권 저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은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운동권 정치 청산을 주장해왔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이끌었다. 회계사 출신인 김 대표는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유명하다.

국민의힘은 29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원 임명안을 의결한다. 이후 한 위원장이 직접 비대위원 지명 사유와 앞으로 활동 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