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남편·아들 보낸 러 여성들 "즉각 제대" 시위
러시아 여성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끌려간 남편과 아들을 제대시켜 달라고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램 채널에서 약 3만5천명의 러시아 여성 가입자를 거느린 '집으로 가는 길' 모임은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완전한 동원령 해제를 원한다"며 "민간인이 교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마리아 안드레바(34)의 남편은 작년 9월 러시아 당국이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부분 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전장으로 나서야 했다고 한다.

안드레바는 "평화롭게 살던 우리 남자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가야만 하나"라며 "정부가 우리보다 더 작은 나라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 남자들은 내버려 두고 군대가 싸우도록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에 참가하는 나탈리아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인 러시아 카네기·유라시아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이 아내와 엄마들은 자유주의적이고 도시적인 반정부 운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중 일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시위 참여 여성을 투옥하는 대신 국영 매체에 이들을 무시하라고 권고하고 집회 허가를 거부하는 등 수준에서 대응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작년 11월 직접 동원령에 반발하는 여성들과 직접 만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족을 전투에 내보낸 이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동원령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열하고 비겁하다"고 맹비난했다.

나탈리아는 "푸틴 대통령은 처음에는 민간인이 싸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