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폴란드·멕시코 등 5개국, 양국 연결 고리 역할
전세계서 GDP 비중 4%지만 그린필드 투자는 10%
'희토류vs반도체' 미중 갈등 고조…중간지대 5개국 존재감 커져
미국·유럽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들 국가의 중간 지대에서 양측을 연결하는 베트남 등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대결에 따른 지정학적 단층선이 생기고 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베트남·폴란드·멕시코·모로코·인도네시아 등 '연결국가'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온 미국은 최근 들어 저가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게르마늄·갈륨·흑연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까지 금지하고 있으며, 양국을 중심으로 하는 블록화가 심해지고 있다.

'연결국가'들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으며, 블룸버그 산하 블룸버그이코노믹스와 블룸버그비즈니스가 무역·투자 부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에서 4% 비중에 불과하지만, 2017년 이후 그린필드 투자(기업이 외국에서 용지를 직접 매입하고 사업장을 새로 짓는 투자방식)에서의 비중은 10%를 넘겼다.

베트남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수혜를 본 대표적 국가로, 지난 9월 미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양자 관계를 격상했으며,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와 비교적 양호한 인프라 시설을 바탕으로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 등 다수 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

베트남 수출의 3분의 1가량은 미국으로 향하는데, 베트남 제조업체들의 최대 원료공급 국가는 중국이다.

폴란드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세계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폴란드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도 진출해있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는 중국산 흑연 등의 수입을 늘리고 있으며, 폴란드의 중국산 수입액은 2017년 이후 112% 증가했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미국·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옆문'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대 미국 수출에서 멕시코가 중국을 앞질렀지만, 2017년 이후 멕시코의 중국산 수입액 증가는 멕시코의 대미국 수출액 증가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멕시코·미국 국경에 공장을 만든 제조업체 다수는 중국회사들이고, 이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모로코는 전기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산염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장점을 살려가고 있다.

모로코는 유럽·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시에,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바탕으로 미중 사이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7천만명에 이르는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해 미중 사이에 어느 한쪽에 서는 대신 균형추 역할을 하려 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공급망을 완전히 갖추려는 구상 속에 미국과 중국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테슬라와 폭스바겐도 진출한 상태다.

다만 이처럼 일부 국가가 수혜를 보는 것과 달리, 미중 갈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부국보다 빈국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공급망 혼란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