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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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장주식 거래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대폭 조정했다. 올해는 오는 26일인 양도세 회피 매도 기한을 만 2거래일 남기고 나온 발표다. 이에 따라 이미 상당폭 현실화한 연말 ‘매물 폭탄’이 잦아들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 주식 양도세 기준 50억원으로 상향

기재부는 이날 현행 10억원인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개별 종목 보유금액 기준을 50억원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별종목 주식 보유 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이들에겐 주식 양도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현행 소득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개별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넘어설 경우 대주주로 간주한다. 대주주는 일반 투자자와 달리 주식 양도 차익의 최소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가는 25% 세율을 적용한다.

기재부는 이날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후 오는 22일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연내 개정이 목표다. 개정이 완료되면 내년 1월 양도분부터 조정 기준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대주주 금액 기준은 10년 전 수준으로 올라갔다. 정부는 2000년에 개별종목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주식 양도세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보유금액 기준을 50억원(2013년), 25억원(2016년), 15억원(2018년) 등으로 차차 낮추다 2020년 4월부터는 10억원 이상에 과세해왔다.

이차전지주 등 쏠린 ‘매물 폭탄’ 잦아드나

증권가에선 대주주 기준이 바뀌면서 최근들어 급격히 강해진 개인투자자 연말 매도세가 잦아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매년 연말엔 ‘큰손’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1월께 다시 사들이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21일 장중 기준으로 이달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4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1일 2505.01이었던 코스피지수가 2590대 후반까지 올랐는데도 그렇다.

증권가에선 이중 다량이 양도세 회피성 매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 기준 완화 가능성에 따라 개인 매도세가 출렁인 것이 대표적인 근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919억원을 순매도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5일 1조2523억원을 순매도한 것에 비하면 약 1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대주주 기준 완화안 발표 가능성에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감소한 것”이라며 “이때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 지수는 1%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2거래일 남기고 나와…‘팔 사람은 이미 팔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발(發) 매물 폭탄을 줄이는 실질적 효과는 내년 말에야 나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내년 주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맞춰야 하는 올해 지분 매각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큰손 투자자들이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려면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주식은 매매 뒤 2영업일 뒤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오는 29일 연말 폐장이 예정돼 오는 26일까지는 주식을 줄여야한다. 만 2거래일 뒤다.

큰손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다수가 매도에 나섰던 모양새다. 대주주 기준 완화를 놓고 구체적 소식이 나오지 않자 세금 리스크를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3~21일 7거래일간 개인은 코스피 3조9720억원, 코스닥 405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 전 7거래일간은 코스피를 1760억원 순매도하고 코스닥은 254억원 사들였다. 불과 일주일만에 코스피 순매도액이 22.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고액자산가를 주로 상담하는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부유한 고객들은 지나친 불확실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보유 물량이 많은 만큼 투자 포지션을 잡기 위해 막판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미리부터 분할 매도에 돌입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코스피 상승 랠리에 매물량이 좀더 늘었을 것”이라며 “보유주식 수량은 매도일에 결정되지만, 과세 기준이 되는 종목별 보유 총액은 결제일 종가로 결정되기 때문에 다소 여유있게 물량을 덜어내는 추세”라고 했다.

“코스닥 거래 활발해질 가능성”

이번 조치로 코스닥 등엔 수급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간 주식 양도세를 우려해 몸을 사렸던 자산가들이 좀더 활발히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식 양도세는 거래 차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 보유액 10억원이 넘는 초고액자산가들은 거래를 활발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대주주 기준이 상향되면 이같은 현상이 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는 대주주 양도세를 우려해 개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그간 대주주 기준일 전에 나타났던 종목단 변동성 경향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 변경이 확정되면 시장은 이를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코스닥과 신규 상장주 등에 자금이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개인 매도세가 몰렸던 종목들은 매물 출회 영향이 덜해질 전망이다. 이달들어 코스피 개인 순매도세는 삼성전자(1조7450억원), 기아(3500억원), SK하이닉스(3420억원), 셀트리온(3010억원)에 몰렸다. 코스닥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2280억원), HLB(1820억원), 엘앤에프(1160억원), 포스코DX(920억원)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자산가들이 기본 포트폴리오로 가져가는 ‘전통의 대형주’에다 최근 개인 비중이 확대된 바이오·이차전지주 중심으로 매물이 주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종목별 주가나 지수에 갈 실질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매년 말 양도세 회피용 손바뀜이 이어졌지만,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사실상 매년 반복된 패턴이다보니 개인이 던진 물량을 그간 기관 등이 프로그램매매로 받아간 영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10년 정도 데이터를 볼 때 매년 12월에 개인 매도 물량이 늘었지만 주가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주가는 시장 거시 변수와 기업의 펀더멘털 등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양도세 회피물량 자체가 주가에 유의미한 하방압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큰손 투자자, 지분율도 고려 필요

이번 조치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비롯해 신주인수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국내에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는 세법상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다.

큰 손 투자자들이라면 기준 금액 상향만으로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예나 삼성증권 택스(세무)센터장은 “시가총액 기준이 올라가면서 지분율 기준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시총이 작은 종목을 보유한 이들은 지분율 기준 해당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총 2000억원인 코스닥 종목의 주식 40억원어치를 보유하는 경우, 시가총액 기준은 대주주에 해당하지 않지더라도 지분율 2% 이상 조건을 적용받아 대주주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