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27년부터 자국에 수입되는 일부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 규제가 자국보다 덜 엄격한 국가들에서 값싼 제품이 수입돼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18일 영국 재무부는 영국에 수입되는 철과 철강, 알루미늄, 비료, 세라믹, 유리, 시멘트 등 일부 탄소 배출 집약적 상품이 2027년부터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이 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탄소국경세는 영국과 생산국 간 탄소 가격 차이와 수입품들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달라진다. 세부적인 규정 등은 향후 추가로 결정될 예정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해외에서 생산된 철강 및 세라믹 등도 영국산 제품과 비슷한 가격을 매겨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 감소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엄격한 환경 규제를 적용받는 자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을 맞춰야 자국 기업들이 탈탄소화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고, 해외 기업들도 탄소 배출을 줄일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앞서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한 만큼 이에 발맞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U는 지난 4월 제3국에서 생산된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 6개 제품군에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10월부터 해당 품목들의 탄소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전환기(준비기간)를 시작했고, 2026년 1월 본격 시행한다.

다만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는 EU의 탄소세 도입이 역외국가를 차별하는 보호무역 조치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