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기습적인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의무공개매수(TOB) 제도를 크게 강화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의무공개매수 실시 기준을 ‘장외시장에서 의결권의 3분의 1을 초과해 매입할 경우’에서 ‘장내외 시장에서 의결권의 30%를 초과해 매입할 경우’로 바꾼다고 18일 보도했다.

일본 금융청은 내년 정기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큰 폭으로 다듬는 건 2006년 후 17년 만이다.

의무공개매수란 상장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사들일 때 나머지 주주에게도 똑같은 가격과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동안 일반 주주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공평함을 막는 제도다.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의무공개매수를 의무화하거나 사실상 이행하도록 제도화한 반면 한국은 이 제도가 없다.

지금까지는 장외시장이나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의결권의 3분의 1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려면 나머지 주식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했다. 3분의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총회에서 사업부 매각같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특별결의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분율 30%만으로도 특별결의를 무산시키는 사례가 나오자 공개매수 실시 기준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국의 실시 기준도 ‘30% 초과’다.

장내시장에서 지분을 대량 매집해도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기습적인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5% 넘는 상장사 지분을 사들이면 5영업일 이내에 대량 보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장내시장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사 모으면 공개매수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상 허점을 노리는 사례가 나오며 이를 보완했다. 2021년 7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시아개발캐피털은 일본 최대 윤전기 제조사인 도쿄기계제작소 주식을 장내시장에서 5영업일 이내에 40%까지 매수한 뒤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