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4㎞ 떨어진 봉우리서 평화기원…오는 24일 10년만에 점등행사
[톡톡 지방자치] 분단 상징 김포 애기봉…관광명소로 뜬다
경기 김포에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봉우리 애기봉이 있다.

북한과 불과 1.4㎞ 떨어진 이곳에서는 한반도 유일의 남북한 공동이용수역인 조강과 북한 개풍군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동안 안보상 이유로 낮 시간대 제한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었지만, 김포시가 최근 군부대를 설득해 야간 개장을 끌어내면서 애기봉은 조강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남북 분단 아픔 간직한 애기봉…한국전쟁 격전지
높이 155m의 야트막한 봉우리인 애기봉의 명칭은 조선 인조 시절 기생 '애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애기는 1636년 병자호란 때 자신이 사모하던 평양감사와 함께 피난을 떠났다가 감사가 청에 끌려가면서 혼자 김포로 건너오게 됐다.

그는 애기봉에 올라 평양감사를 그리워하다가 숨졌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로 꼽히는 애기봉은 정전 이후 남북한 최접경 지역으로 때로는 평화를, 때로는 남북 갈등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애기봉에 세워진 대형 철탑을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 점등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기봉 성탄 트리는 정전 직후인 1953년 한 병사가 평화를 기원하며 이곳 소나무를 트리로 장식해 불을 밝힌 데서 유래됐다.

1971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애기봉에 세워진 높이 18m 철탑을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 점등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그러나 성탄 트리는 평화를 기원하는 애초 취지와 달리 남북한 사이에 갈등을 불러왔다.

북측이 등탑을 '대북 선전시설물'이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했고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결국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2014년 철탑을 철거했고, 이후 보수성향 단체들이 성탄 트리 복구를 추진하다가 진보성향 단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톡톡 지방자치] 분단 상징 김포 애기봉…관광명소로 뜬다
◇ 평화관광지로 탈바꿈한 애기봉…조강 낙조 만끽
남북 갈등의 한복판에 섰던 애기봉은 평화생태공원 조성을 계기로 다시 평화를 상징하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2021년 10월 애기봉 일대 4만9천500㎡에 조성된 평화생태공원은 지하 1층∼지상 3층 전망대와 지하 1층∼지상 2층 전시관 등을 갖췄다.

김포시는 앞서 철거된 애기봉 철탑과 비무장지대에서 수거한 낡은 탄피를 녹여 만든 9m 높이 '남북평화의 종'을 공원에 설치했다.

평화생태공원은 북한 개풍군뿐만 아니라 한강과 서해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후 20만명이 넘게 방문했다.

김포시는 올해 이곳의 아름다운 일몰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하려고 군부대를 계속 설득해 야간 개장도 끌어냈다.

지난 9∼10월에는 일몰 후 30분까지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게 했고, 10월부터 매달 한 번씩 야간 기행 행사를 열고 있다.

애기봉 방문객들은 봉우리 앞에 펼쳐진 조강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김포시는 오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애기봉 생태탐방로를 따라 조명을 설치하고 봉우리 전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애기봉의 하루 방문 허용 인원을 기존 1천명에서 2천명으로 늘려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방문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18일 "애기봉 철탑 철거 후 10년 만인 오는 24일 크리스마스트리를 형상화한 생태탐방로 점등 행사를 열 계획"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애기봉이 평화 기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톡톡 지방자치] 분단 상징 김포 애기봉…관광명소로 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