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소통지원관실 박상훈 수어통역사
교육청 행사 수어통역, 청각장애 교사 수업지원…수어교육 콘텐츠도 제작
"교육감 발표도, 학생 대답도 수어로 통역…소통 돕는 일"
지난 13일 오후 특수학교인 제주영지학교의 한 교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교사 곁에 한 남성이 교사를 바라보고 앉아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바로 제주도교육청 수어통역사 박상훈 주무관이다.

박 주무관은 매주 수·목요일 영지학교를 찾아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이 학교 장수정 교사의 수업을 돕기 위해서다.

장 교사는 인공와우 수술을 했고 입 모양을 읽는 훈련도 해서 1대 1 대화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말하는 경우에는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박 주무관은 수업에 배석해 학생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으며 장 교사에게 학생들의 반응을 수어로 전해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박 주무관은 "학생들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학생들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전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여건상 수업을 지원해주실 수어통역사를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교육청에서 지원해주니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학생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못하는 등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금세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지곤 하는데, 수어통역이 지원되니 소통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장 교사는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감사합니다', '예뻐요' 등 간단한 수어를 기억해서 써줄 때가 있어서 감동하기도 한다"며 수어통역을 통해 학생들이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감 발표도, 학생 대답도 수어로 통역…소통 돕는 일"
16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민과의 정책 소통 강화 등을 위해 지난 8월 수어통역사로 박상훈 주무관을 채용해 소통지원관실에 배치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 중 수어통역사가 근무하는 건 제주가 유일하다.

박 주무관의 주요 역할을 보면 우선 교육청이 주최하는 주요 행사나 기자회견 등에서 교육감의 발표 내용을 수어로 통역한다.

이전에는 필요할 때마다 제주도 수어통역센터에 의뢰해야 했는데, 이제는 박 주무관이 도맡아 하고 있다.

또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친구야 우리 우정 변치 말자' 등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수어로 배워보는 영상 콘텐츠 '수어학당'을 제작해 교육청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5∼7분 분량의 수어교육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교육청에서 일과시간 전에 상영해 수어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높이기로 했다.

박 주무관은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자란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 나오는 농인의 대사를 활용해 직원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수어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영상 제작과 관련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제게는 낯선 업무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수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교육청에서 만드는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박 주무관은 수어통역사로 일하는 아내 영향으로 수어 통역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한달살이'를 하며 매력을 느낀 제주에서 살아보고자 이주해 이제 제주에서 함께 '부부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주무관은 "앞으로도 제주교육의 키워드인 '소통'을 위해 수어통역 지원을 계속해나가는 한편 교육청 직원과 일선 학교 교원들에게 지속해서 수어 교육을 진행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