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의힘의 쇄신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신당’을 둘러싼 당내 분란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쇄신 경쟁에서 국민의힘에 뒤지고 있다”는 위기감까지 더해져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를 향한 혁신 요구가 커지면서 당내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민석 의원은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신당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며 “내일도 신당 얘기를 할 거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오늘 당장 (민주당을)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도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대단히 나쁜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도 이 전 대표 등을 겨냥해 “명분 없는 탈당, 굴종적 불출마, 명분 없는 창당의 연속”이라고 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 전 대표를 향해 “윤석열과 싸워야지 왜 이재명을 끌어내리려 하냐”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내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라”고 비난했다.

반면 당내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이낙연 신당을 ‘사쿠라’로 표현한 김 의원의 과거 탈당 행적을 거론하며 “셀프 디스”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김 의원이 사쿠라를 말할 자격이 있냐”고 했다. 김 의원이 16대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국민통합21 의원을 야당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고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비난을 받았다.

같은 모임 소속의 윤영찬 의원도 “친명계로 변한 김 의원이 당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고 이 전 대표에게 사쿠라를 운운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장 의원 불출마 선언을 고리로 이재명 대표 등 친명 지도부에 혁신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윤핵관’인 장 의원 사퇴를 보고 이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정청래 최고위원 등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며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계파 갈등이 과거 치부를 거론할 정도로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의) 20년 전 얘기를 꺼내 와 당의 단합을 해치는 발언들이 선을 넘고 있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