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한 신축 공동주택에 준공 승인을 불허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실증 주택에서 층간소음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정부가 11일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한 신축 공동주택에 준공 승인을 불허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실증 주택에서 층간소음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이번 층간소음 대책의 핵심은 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시공을 강제하고 ‘준공 승인’도 유예하는 데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입주를 아예 불허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방지 기술을 적용한 뒤 민간까지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공사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 다른 분양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사 대상 가구 수 2%→ 5% 확대

1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신축 아파트의 층간소음 검사 결과가 기준(충격음 49dB 이하)에 미달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사용 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 시공사는 의무적으로 보완시공을 해야 하고, 보완시공 후에는 다시 검사받아야 한다. 재검사에서도 기준치에 미달하면 시공사는 기준을 만족시킬 때까지 재시공해야만 한다.

기존에도 지자체는 층간소음 검사 기준에 미흡할 경우 사업 주체에게 손해배상 또는 보완시공을 권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권고 규정에 그친 탓에 사업 주체가 보완시공을 거부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보완시공 대신 손해배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 손해배상하는 경우에는 층간소음 검사에 미달했다는 사실이 대국민 공개된다.

층간소음 검사도 대폭 강화된다. 검사 대상이 기존 유형별 가구 수의 2%에서 5%로 확대되고, 점검 시기도 골조 완성 전후로 바닥 마감재 시공이 완료된 샘플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전에 샘플 가구를 완성해야 하고, 검사 대상이 늘어 공사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주택법 개정안 등 층간소음 대책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법안 통과 후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르면 2026년 사업계획승인을 얻는 단지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 주도 선도”…공사비 상승 우려

국토부는 당장 내년부터 LH 시범단지에 층간소음 우수기술을 선도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 1등급 기술 개발부터 검증을 LH가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건설사와 자재업체·연구기관과 상호 협력해 민간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2025년부터 LH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주택에 1등급(37dB 이하) 수준의 층간소음 기준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3·4등급 인증 기준을 적용했다.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법정 최소 기준(210㎜)보다 40㎜ 두꺼운 250㎜로 올리고, 완충재도 고성능 제품으로 교체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기술, 비용 면에서 이번 대책이 아무런 문제 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LH가 시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방지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현재보다 좋은 보강재를 사용하거나 신기술 공법을 적용하면 공사비 증액은 불가피하다”며 “원자재값과 임금 상승 등으로 이미 큰 폭으로 오른 공사비가 더 상승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손해배상할 경우 어떻게 할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책을 발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사업성 악화로 주택 공급이 끊겨 중소 건설회사의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보완시공하라는 판단이 나오면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공사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설계담당 임원은 “당장 슬래브 두께를 키우면 그만큼 층수가 낮아지고, 가구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보완공사 시공비와 지체상금까지 건설사에서 부담하면 당연히 원가 계산에 리스크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분양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