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 투자자문사 AI 사용 실태 조사…"규제 나서나" 촉각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한경DB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문사에 대한 인공지능(AI) 사용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감독하는지 물은 것이다. SEC가 향후 투자자문사들의 AI 사용 규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최근 다수의 투자자문사에 AI 관련 주제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WSJ는 규제 준수 컨설팅 회사인 비질런트 컴플라이언스가 입수한 문서를 토대로 “SEC가 AI 관련 마케팅 문서,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에 사용되는 알고리즘 모델, 제3자 제공업체 및 준수 교육을 포함한 주제의 세부 정보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SEC의 이번 조사는 일부 자문사가 AI 기술 채택에 나섰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세계 최대 투자자문사인 블랙록은 구글 출신의 통계학자와 스탠퍼드대 공대 교수가 공동 대표로 있는 AI 연구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JP모건도 뉴욕에 AI 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8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자산 관리 분야에서 “AI가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투자자를 지원하고 인간이 식별할 수 없는 추세와 패턴을 감지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두고 앞으로 SEC가 투자자문사들의 AI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AI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금융 산업의 AI 채택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피해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AI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를 예상치 못한 절벽에서 밀어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척 마틴 비질런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반적으로 SEC가 조사를 통해 규제의 근거를 강화할 수 있다”며 “또한 어떤 경우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가 기업에 대한 기소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SEC가 투자자문사의 AI 사용을 규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기업이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고, 너무 널리 채택돼 있기 때문이다. 로프스앤그레이의 에이미 제인 롱고 소송 및 집행 업무 파트너는 “AI 기술은 이미 너무 널리 퍼져 있어 위원회가 제동을 걸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