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가 한창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품질 고급화를 두고 고민에 빠진 조합이 늘고 있다. 추가 공사비를 투입해 조경과 인테리어 설비를 확충하면 준공 후 인근 단지보다 높은 상품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락같이 뛴 공사비 때문에 추가 분담금을 꺼리는 조합원이 증가해 계획했던 고급화 설계를 포기하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고급화 설계에 따른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송파구로부터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 파견을 안내받았다. 조합과 시공단이 재건축 공사비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방자치단체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시공단은 조경과 설계 고급화를 이유로 3.3㎡당 889만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조합 측에 통보했다. 2021년 3.3㎡당 660만원 수준의 공사비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35% 오른 가격이다. 특히 조합이 요구한 일부 고급 마감재가 문제가 됐다. 공사비 인상에 반발하는 일부 조합원은 마감재 지정 취소를 주장하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최근 시공단과 조합이 공사비 삭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100억원 규모의 조경·커뮤니티 고급화 설계를 두고 일부 조합원이 공사비 부담을 이유로 반대에 나섰다.

고급화 설계는 단지 외관을 좌우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 사이에선 필수처럼 여겨진다. 준공 후 주변 단지와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준공한 서초구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15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조합이 요구한 고급화 설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하며 고급화 설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은 최근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고급 마감재를 포기했다. 인근 홍제3구역 역시 시공사와의 협상 끝에 혁신공법과 커튼월룩(유리 마감재 외벽)을 포기하는 식으로 공사비 협상안을 마련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고급화로 공사비가 올라 조합 견해차가 커져 사업이 늦춰지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을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